레이스(Rays) 팬들은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를 기대해볼만한가?

| 2011. 5. 27. 19:14

현실적이고 냉정하기 때문에 정말 공감이 가는 글.
특히나 저 마지막 문장은 내가 야구 관련 글에서 본 문장 중 거의 최고다.
요새 들어 이 팀이 야구 하는 걸 보면, 이기는 경기는 힘겹게 이기고, 지는 경기는 맥없이 지는 모습에 나 역시 조금씩 이번 시즌에 대한 기대를 접어가는 중이다.
하지만 응원을 멈출 수는 없겠지.

스포츠를 좋아하거든 강팀을 응원하라.
그 편이 훨씬 낫다.

이제는 신화처럼 느껴지는 2008년 플레이오프, 보스턴을 꺾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순간

 

 
나도 RJ가 이 주제에 대해서 먼저 글을 올린 건 알고 있지만, 나도 이미 조사를 한 바 있으므로 그의 포스트에 덧붙여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레이스 팬들이 플레이오프에 기대를 걸어야 할까?
표면적으로 보면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좀 이상한 일이다.
당연히 기대를 걸만하기 때문이다.
레이스는 거의 시즌의 1/3이 지난 5월 말까지 AL 동부지구 1위에 올라있다.[각주:1]
무려 에반 롱고리아가 한 달 동안이나 없었는데도 1위 자리를 지킨 것이다.
양키스와 레드 삭스의 선발 로테이션이 삐걱거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시즌 레이스의 행보를 낙관적으로 바라볼 이유는 충분하다.
 
그러나 최근 이 사이트에 내가 올린 글들을 읽어봤다면 알겠지만 이번 시즌에 대한 나의 의견은 주류의 의견과는 다른 노선을 타고 있다.
나는 현재 로스터에 회의적이다.
물론 레이스는 그 고유의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팀이 양키스와 레드 삭스와의 시즌 내내 벌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것 같지가 않다.
선발 로테이션에 자리를 잡아버린 앤디 소낸스타인, 나를 슬프게 하는 웨이드 데이비스의 새로운 투구 스타일, 좌익수 자리에서 2군 선수마냥 뛰고 있는 샘 풀드, 점점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고 있는 엘리엇 존슨, 타석에만 서면 블랙홀이 되어버리는 리드 브리그낙 등 로스터를 살펴보면 레이스가 그렇게 훌륭한 팀이 아닌 이유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각주:2]
 
어쨌든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여태까지 보여준 기록에서 앞으로 이 팀이 어느 정도의 성적을 올릴지 예상하고 현재 1군 로스터에 있는 선수들의 점수를 객관적으로 매길 것이다.
팀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엄격해질 수 있도록 3가지 관점을 고려했다.
 
1. 현재의 성적에서 유추할 수 있는 이번 시즌 결과
 
간단한 방법이다.
그냥 이번 시즌 내내 여태까지 해온만큼의 활약을 보여준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물론 몇몇 선수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거고 또 다른 몇몇 선수들은 지금보다 더 안 좋은 성적을 기록할 것이기 때문에 완벽한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림짐작하는 방법으로 이보다 더 빠른 방법은 없을 것이다.
 
현재 승률을 유지한다고 하면 레이스는 이번 시즌 약 87승 정도를 기록할 것이다.
만약 WAR를 고려하자면[각주:3] 레이스는 42정도의 WAR를 기록할 것이고 이는 약 86승 정도의 결과로 환산된다.
 
2. Baseball Prospectus[각주:4]의 분석
 
내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RJ 앤더슨은 Baseball Prospectus(이하 BPro)의 분석에 의거해 이번 시즌 레이스의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에 대해 이미 글을 쓴 바 있다.
단지 어떤 시점에서의 순위와 기록으로부터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을 계산해내는 쿨스탠딩스의 분석과는 달리, BPro는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을 계산할 때 팀 구성원의 실력을 고려한다.
시즌이 진행됨에 따라 로스터를 업데이트하고, 그 때까지의 선수 개개인의 성적으로부터 앞으로의 성적을 예측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BPro가 더 정확한 예상 시스템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BPro의 가장 최근 예상을 살펴보면, 현재 레이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확률은 20%다.
BPro는 현재 로스터로 기록할 승률을 .508로 예상하는데, 만약 레이스가 이 로스터를 시즌 내내 유지한다면 이번 시즌에 84승을 올린다는 뜻이다.
 
3. 나의 예상
 
BPro는 훌륭한 분석을 제공하는 곳이지만 그들의 PECOTA[각주:5]는 이번 시즌 레이스에 대해 그 어떤 예상보다 부정적인 결과를 내놓았다.
그들이 이 팀을 너무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우리가 스스로 이 예상을 다시 한 번 분석하는 것도 나쁜 생각은 아닐 것이다.
 
계산에 쓰인 WAR는 data-hound의 제이슨 한셀만의 자료를 사용했고 남은 시즌에 대한 ZiPS는 팬그래프의 것을 사용했다.
만약 BPro의 예상이 너무 부정적이었다 싶으면 그런 부분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수정했다.(예를 들면 맷 조이스가 지난 시즌보다 더 못할 것이라든가, 제임스 쉴즈의 예상 방어율이 4.24라는 것들)
전반적으로 BPro의 부정적인 예상과 반대의 입장에서 상황을 긍정적으로 분석했다고 하면 될 것 같다.

 
타자의 경우엔 남은 시즌 동안만 예상되는 기록을 적은 것이고, 투수의 경우엔 여태까지의 기록을 포함한 전체 시즌 예상 기록을 적어둔 것이다.
타자와 투수에 차이를 둔 것은 그 편이 전반적으로 더 정확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소낸스타인은 리스트에서 빠져있는데 니먼의 이름이 적혀있는 자리에 대신 집어넣는다고 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주욱 훑어보면 이 예상이 좀 긍정적인 축에 속한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기록을 WAR로 환산해서 계산한다고 해도, 레이스는 앞으로 고작 .549의 승률을 기록할 것이다.
즉, 선수들이 저 예상대로의 성적을 기록한다고 하면 레이스는 총 88승으로 시즌을 마친다는 뜻이다.
 
정리하면,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현재 로스터로 시즌이 진행된다면 레이스는 대충 .508에서 .550 사이의 승률을 기록하게 될 거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좋은 성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충분히 좋은 성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성적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것은?
양키스의 선발진이 붕괴되는 일이 있더라도 거의 불가능하다.
두 번을 제외하고 지난 10년간 AL 동부지구에서 2위에 오르는 팀은 최소 93승 이상의 기록을 올렸다.
게다가 양키스는 시즌이 흘러가면서 생기는 구멍을 메울 수 있는 충분한 경제력을 갖추고 있다![각주:6]
 
따라서 일단 레이스가 플레이오프까지 가는 길이 멀고 험난하다는 것을 알고 나면, 현재 이 팀의 선수들이 이리저리 이동하려는 현상에 대해 더 깊은 분석을 해볼 수 있다.
왜 알렉스 캅을 메이저로 불러서 앤디 소낸스타인을 대체하려고 하는 걸까?[각주:7]
시즌을 92승으로 마감하는 것과 94승으로 마감하는 것은 플레이오프의 향방을 결정하는 면에 있어서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86승을 올리는 것과 88승을 올리는 것의 차이는?
그러니까 레이스는 최근 몇 년간 해왔던 것처럼 몇 경기를 더 이겨보겠다고 없던 힘까지 다 짜낼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각주:8]
더 이상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위해 유망주의 성장을 희생할 필요는 없다.
왜 데스몬드 제닝스를 메이저로 올려서 그가 슈퍼 투[각주:9]가 될 수 있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려고 하는 걸까?
그가 팜에서 더 성장하기를 기다리고, 진짜 플레이오프 진출 찬스가 왔을 때 불러올리면 되지 않겠는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순히 시즌을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레이스가 시즌이 끝나고도 1위에 머물러 플레이오프를 향해 나아가기를 바란다.
단지 나는 이 팀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더라도, 나의 기대에 선을 그어두었기 때문에 크게 놀라지는 않을 것이다.
내 안에 있는 '분석가'는 레이스라는 팀을 신중하게 바라보겠지만, 내 안에 있는 '야구 팬'은 내가 이 팀을 응원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1. 이 포스트는 5월 24일에 올라옴. 현재 순위는 공동 선두에 1.5경기차로 3위에 랭크. [본문으로]
  2. 앤디 소낸스타인과 엘리엇 존슨에 대해선 별 악평이 없어서 조금 문맥에 안 맞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글쓴이는 그냥 저런 수준의 선수가 로스터에 있는 것 자체가 싫다는 뜻. [본문으로]
  3. WAR은 Wins Above Replacement의 약자로 그 의미와 계산 방법 등은 http://birdsnest.tistory.com/141 참고. [본문으로]
  4. 미국의 야구 잡지 이름. [본문으로]
  5. 시즌 성적을 예상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우리나라 말로 된 포스트는 없다. 이에 대한 위키피디어의 주소는 다음과 같다. http://en.wikipedia.org/wiki/PECOTA [본문으로]
  6. 현재 양키스의 투수진이 불안하기는 하지만 그 투수진을 보강하기 위해 선수 영입에 투자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있다는 뜻. [본문으로]
  7. 알렉스 캅은 장래가 보이는 유망주로 이 질문은 아래의 질문과 유사한 뉘앙스를 지닌다. [본문으로]
  8. 즉, 어차피 모든 예상이 80대 후반의 승수로 수렴하는 만큼 플레이오프는 이미 멀어졌으니 한 경기 한 경기를 이길 수 있는 특단의 조처 같은 것은 필요가 없다는 뜻. [본문으로]
  9. 슈퍼 투(Super Two)란 메이저리그 경력이 2년째가 되는 선수 중 메이저리그에 머무른 기간을 기준으로 상위 17%에 드는 선수에게 연봉 조정 신청 자격을 2년째에 주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연봉 조정 신청 자격은 3년째부터 주어지는데 뛰어난 신인의 경우 1년의 차이가 향후 최소 3~4M$, 최대 5~6M$의 연봉 차이를 불러올 수 있으므로 선수를 싼 연봉으로 팀에 데리고 있으려면 최대한 슈퍼 투를 피하는 것이 좋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