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델리의 새로운 역할

| 2011. 6. 8. 11:11

꽤 오래된 탬파베이의 팬이라면 그 누구도 잊지 못하고, 그 누구도 싫어할 수 없는 선수 로코 발델리의 포스트 플레이어의 모습을 잘 담아낸 글.

모자를 보아하니 꼬맹이적 사진이겠다.


원문 :  http://sports.espn.go.com/mlb/draft/2011/columns/story?columnist=crasnick_jerry&id=6615468

로코 발델리는 이번 시즌부터 탬파베이 레이스의 고문 스카우트 역을 맡게 되었는데, 그 시작부터가 썩 좋지는 못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이번 봄에 발델리는 조지아 고등학교에서 고작 햄버거 따위나 먹다가 응급실까지 실려가는 심한 식중독에 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역할은 최근 몇 주에 들어서는 좀 더 중요해졌다.[각주:1]
발델리는 최근 매일 다른 고등학교나 대학교 경기에 참석해 이제 막 싹 트기 시작하는 야구 영재들을 스카우트하는 데 온 시간을 보내왔다.
그들의 타격을 분석하고, 경기에 임하는 열정을 관찰하고, 그들이 성장해서 이룰 수 있는 성과를 예측하면서 말이다.
다른 모든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스포츠 기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과 마찬가지로 발델리 역시 직업상 필수적인 잦은 출장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전 현재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A급 멤버고 올 봄에 막 매리어트 호텔의 실버 멤버가 되었습니다."
이번 주 전화 인터뷰에서 발델리가 한 말이다.
"아마 슬슬 골드 멤버로 등업될 것 같아요."

텍사스와의 ALDS[각주:2]에서 마지막 메이저리그 경기를 뛴 뒤 8개월 후에, 발델리는 자신의 야구 인생의 다음 장으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각주:3]과 같은 과격함을 가지고 넘어가고 있다.
타자로서 무언가 이뤄내기 위해 타석에 들어가 열심히 흙을 차던 과거와는 달리, 그는 이제 적당히 선블락을 바르고 홈 플레이트 뒤에 느긋하게 앉아 그가 옛날에 좇던 꿈과 같은 것을 좇는 어린 소년들에 대한 메모를 한다.

월요일에 있을[각주:4]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의 첫 89개 픽 중에 12개 픽을 가진 레이스의 스카우팅 총 책임자 R.J.해리슨은 특히나 이번 드래프트만큼은[각주:5] 그가 확보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발델리를 타자 스카우터로, 전 양키스 투수 코치 데이브 에일랜드를 투수 스카우터로 특별 기용했다.

지난 해, 발델리는 팀을 위해 몇몇 비디오 분석과 드래프트 전 미팅에 참여한 바 있고, 뉴저지에서 있었던 실제 드래프트에서 돈 짐머와 함께 팀의 야구계 유명인사 자리를 빛낸 적이 있다.[각주:6]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발델리는 올 드래프트 때, 플로리다에 있는 레이스의 드래프트 '작전 통제실'에 자리를 잡고 해리슨과 팀의 스카우팅 슈퍼바이져와 더불어 직접적으로 팀의 결정에 건의할 수 있는 권한을 쥐고 있다.

"아마 이 자리에 그보다 더 어울리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레이스의 부사장[각주:7] 앤드류 프리드먼은 인터뷰에서 이와 같이 밝혔다.
"그는 본능적으로 타자들의 타격감과 스윙에서 오는 느낌을 읽을 줄 아는 사람입니다. 게다가 방금 막 메이저리그에서 은퇴한 사람으로서 경기 자체에 대한 고유의 분위기도 알고 있는 사람이죠. 이런 사람이 우리와 함께 일한다는 사실은 행운 그 자체입니다. 정말로 보탬이 될 수 있는 사람이죠."

지난 몇 달간은 발델리에게는 정말 정신 없이 지나간 기간일 것이다.
그는 2월부터 주니어 칼리지[각주:8] 리그의 시작과 함께 스카우팅을 시작해, 그 때부터 온 나라를 돌아다니며 1라운드 픽에 들어갈만한 선수들과, 드래프트 후반부에 아직 뽑히지 않은 잠재적인 유망주들을 살폈다.
ACC 토너먼트[각주:9]를 참관하고, 펜실베니아로 갔다가, 플로리다 세브링에서 열리는 고교 토너먼트를 보고, 서부 해안으로 두 번 출장을 갔다왔다.
이 험한 일정 중에 언젠가는 3주 동안 오가는 데에만 18일을 소비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

올해로 29세가 된 발델리의 삶엔 유난히 굴곡이 많다.
로드아일랜드의 워윅에서 비숍 헨드릭슨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그는 배구와 농구, 야구에서 아주 뛰어난 성적을 올리는 운동 선수였고 55야드 달리기에서는 주 대회 우승 경험까지 있었다.
당시에는 데빌 레이스였던 레이스는 그를 2000년도 드래프트에서 전체 6번 픽으로 그를 뽑았고, 2.25M$의 사이닝 보너스와 함께 그와 계약했다.

발델리의 인생은 2003년까지만 해도 일약 스타덤에 오른 듯 했다.
그는 데뷔 첫 해인 2003년에 .287의 타율과 11개의 홈런, 27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로열스의 유격수 앙헬 베로아와 양키스의 외야수 히데키 마쓰이에 이어 아메리칸 리그 신인상 투표 3위로 시즌을 마쳤다.
비록 방망이를 너무 많이 휘두르는 경향은 있었으나 그를 역사적인 선수와 비교하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탬파베이의 구단주였던 빈스 나이몰리는 그를 '어린 조 디마지오'에 비교하며 그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2005년에 그의 이야기는 갑자기 반전된다.
로드 아일랜드에 소재한 그의 집에서 친동생과 야구를 하다가 무릎 부상을 당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토미 존 수술이 필요할 만큼 심한 팔꿈치 부상을 당한 것이다.
이러한 부상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무기력증으로 이어졌고, 수많은 의사들을 찾아간 결과 그 무기력증은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는 단백질 결함과 관련된 채널 질환의 증상으로 밝혀졌다.

발델리는 2009년에 레드 삭스에서, 지난 해에는 레이스에서 선수로서의 컴백을 시도했다.
그가 작년의 첫 타석에 들어서 볼티모어의 마이크 곤잘레스로부터 홈런을 뽑아낸 그 장면은, 2010년의 가장 감동적인 순간 중 하나로 기억된다.
그러나 선수로서의 에너지가 모두 빠져나갔음을 느낀 발델리는 올 1월 공식적인 은퇴를 선언하고 당분간 레이스의 특별 어드바이서로 일할 것임을 밝혔다.
그는 프리드먼과 그의 기술이 가장 필요한 자리가 어떤 곳인지 상담했고, 프리드먼의 '조타실'에서 드래프트에 참여할 아마추어 타자들을 스카우팅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는 사실에 동의했다.

"이건 선수로 뛰고 있을 때부터 항상 관심이 있던 자립니다."
발델리는 말했다.
"왜 어떤 선수들은 잘 치는데 어떤 선수들은 잘 못 칠까요? 야구는 과학이 아니예요. 이건 오히려 예술에 가깝습니다. 이야기를 할 수록 흥미로운 주제이며 끊임없이 배울 것이 생깁니다. 일을 하다보면 제 피가 끓는 것을 느끼죠."

물론 발델리는 스카우터로서 배울 것이 아직 많다.
스카우터란 직업은 단지 이 선수가 앞으로 잘 할지 못 할지를 예상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스카우터는 타자의 스윙 경로와 배트 스피드와 스트라이크 존 커버력과 공을 읽어내는 것에 관한 각종 사항들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발델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단점은 그가 리포트를 작성할 때 저런 사항들을 분석적으로 딱딱 떨어지게 고려한다기보다 직감적인 느낌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저도 제가 너무 잡설을 많이 푼다는 것을 알아요."
발델리는 말한다.
"나는 어떤 선수들에 대해선 거의 소설에 가까운 리포트를 씁니다. 물론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필요한 정보만 간략하게 적어도 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은 있어요. 하지만 저는 이제 막 이 일을 시작했고, 이번 드래프트처럼 팀에 굉장히 중요한 사항인 경우에는 최대한 신중해지고 싶을 뿐이에요."

바로 이런 적극적이고 자신의 일에 양심적인 자세야말로 레이스가 발델리를 스카우터 자리에서 일하게 하는 이유일 것이다.
이런 저런 정황을 고려했을 때 선수 생활을 계속 했더라면 지금쯤 아마 전성기에 이르러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을 로코 발델리.
그러나 그는 자존감을 지키고자 자신의 단점을 스스럼없이 인정했고,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그가 지금쯤 올스타급 메이저리거가 되어있지 않다는 건 상당히 실망스러운 일입니다.”
해리슨은 말했다.
“그의 과거는 냉혹한 현실 그 자체였지만 나는 그에게서 그런 점을 전혀 느낄 수 없어요. 그는 이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팀에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된 거죠.”

발델리가 현재 스카우터의 자리에서 승진해 프론트 오피스까지, 더 나아가 단장에 자리까지 오를 수 있을까?
아마 지금의 발델리에게, 자신의 일에 푹 빠져 살고 있는 사람에게 묻기엔 너무 이른 질문이겠다.
  1. 생뚱맞은 문장이지만 앞으로 나올 내용과 연결하면 아주 이상한 문장은 아니다. [본문으로]
  2. 아메리칸 리그 디비젼 시리즈의 약자로, 플레이오프의 첫 단계 시리즈이다. 이 다음이 각 리그 챔피언쉽이고 거기서 승리하는 두 팀이 월드 시리즈를 갖는다. [본문으로]
  3. 다리가 먼저 들어가는 것이 아닌 머리가 먼저 들어가는 슬라이딩. [본문으로]
  4. 이 월요일은 현지시각으로 지난 월요일, 즉 2011년 6월 6일이다. [본문으로]
  5. 총 30개의 팀이 있는 메이저리그에서 특별한 사항 없이 한 팀이 89개 픽 안에 확보할 수 있는 드래프트 픽이 총 3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려 12개의 픽을 확보한 이번 드래프트는 레이스에게 있어 엄청난 중요도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본문으로]
  6. 드래프트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자리이지만, 마치 피파 월드컵 조 배정 행사처럼 몇몇 축구계 유명인사가 직접 픽을 뽑음으로써 자리를 기념하는 느낌의 행사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7. 이라고 쓰고 그냥 단장이라고 읽어도 무난한 사람이다. [본문으로]
  8. 전문대 정도라고 옮길 수 있으나 우리나라의 보통 전문대와는 또 그 성격이 다른 2년제 대학을 의미한다. [본문으로]
  9. ACC는 애틀랜틱 코스트 컨퍼런스의 약자로 말 그대로 대서양변 대학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운동 대회를 의미한다. 여기서는 물론 야구에만 한정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