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Will Be Blood

| 2011. 11. 26. 09:20

2008년 2월 24일에 있었던 2007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총 8개의 노미네이션을 받았고 이 중 4개 부문을 수상했다.
나는 이 영화를 지난 7월에 봤고 정말 뛰어난 영화라는 평을 했다.
권위의 평에 기대는 것은 가끔은 자기 주관을 잃고 만들어진 여론에 이끌리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만, 이번 경우는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 중 하나였다.
그런데 2007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마찬가지로 총 8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된 영화가 있었다.
예상했겠지만 바로 '데어 윌 비 블러드'가 그 주인공.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미술상, 촬영상, 편집상, 녹음상에 노미네이트되었고 이 중 2개 부문, 남우주연상과 촬영상을 수상했다.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노미네이션과 수상 사이에 코딱지만큼의 차이가 있다고 보는 바, 아카데미의 평단은 '데어 윌 비 블러드'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한 끝 차이로 뒤떨어지는 영화라고 평한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런 시대의 명작을 안 보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나는 어제, 이 영화를 보고야 말았다.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소재부터가 평소에 잘 접하지 못한 종류의 것이라 그 소재의 매력만으로도 재미가 있는 영화다.
이 영화는 20세기 초 미국 서남부 지방에서 성행했던, 개인적인 규모의 석유 사업을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구체적인 플롯은 '정글'로 유명한 업튼 싱클레어의 '석유!(원제목 Oil!)'에 아주 느슨한 바탕을 두는 이야기로 자기만의 신념이 매우 뚜렷한 한 석유업자의 장년부터 노년까지의 삶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비록 이야기의 구성이 원작 ㅡ 느슨하게 바탕을 둔 작품도 원작이라고 칭할 수 있을까? ㅡ 과는 많이 다른 편이나 원래 싱클레어의 장기가 리얼리즘인 것을 감안하면 최소한 사실적인 묘사를 하려는 그 표현 방식만큼은 충실하게 살렸다고 봐도 되겠다.

보이나 이 리얼리티가. http://jaymckinnon.com/blog/movies/movies-that-changed-everything-there-will-be-blood


'데어 윌 비 블러드'와 닮은 영화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기타노 다케시의 '피와 뼈'를 선택하겠다.
그러고 보니 두 영화에 다 피라는 소재가 들어가니, 이는 동서양을 불문하는 인간 본연의 심상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나는 '데어 윌 비 블러드'의 대니얼 플레인뷰의 모습에서 '피와 뼈'의 김준평의 모습이 계속해서 오버래핑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는 두 사람이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에 있어 절대 자신의 의지를 꺾는 일이 없고 수단을 상당히 가리지 않는 편이며 그 수단이 때로 폭력적이고 잔인한 방법이 될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하게, 그러나 흔들림 없이 불도저처럼 살아가는 모습의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년기로 접어들 수록 자신만의 세계에 점점 빠져 배타적인 성(城)을 쌓는 그 모습도 두 캐릭터가 아주 닮았다.
'피와 뼈'의 키치함과 그로테스크함에 허덕였으나 그 작품성만은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라면 '데어 윌 비 블러드'는 두말 할 것 없이 좋은 선택이 되리라.
비록 '데어 윌 비 블러드'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것이 약간은 실망스럽지만 말이다.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대니얼 데이-루이스의 연기는 엄청나다.
영화가 후반부로 접어들며 점점 고집불통 늙은이로 변해가는 그의 모습과, 그런 고집불통 늙은이가 되어 다른 사람들을 다루는 광기에 가득찬 모습을 보며 내 마음이 쪼그라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옛날에 '오아시스'에서 뇌성마비 장애인 연기를 했던 문소리가 바로 얼마 후에 다른 영화에 일반인으로 출연하자 그녀의 '오아시스' 모습을 봤던 외국인 영화 관계자가 어떻게 그렇게 빨리 장애 치료가 끝날 수 있었냐며 놀랐다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는데, 대니얼 데이-루이스의 연기 변화에서 정확히 이 놀라움을 느낄 수가 있다.

"I drink your milkshake!"
소름이 돋지 않나.


이 영화에서 데이-루이스의 연기에 필적하는 연기를 보여주는 사람이 또 하나 있으니 그것이 바로 위 클립에서 머리에 볼링 핀을 맞고는 죽어버리는 저 젊은 목사다.
실명은 폴 다노로 1984년 생이니 이 영화에 출연할 때는 만 23세, 지금의 나와 같은 나이다.
대니얼 플레인뷰가 자신의 세계에 너무 깊숙히 빠져 광기에 빠졌다면, 폴 다노가 연기한 일라이 선데이는 신의 세계에 대한 강한 집착에 광기에 빠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특유의 신 광기를 놀랍게도 잘 표현한다.
아직까지 주목할 필모그래피를 가지지 못한 배우이니 만큼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도 될 듯하다.

리얼리티 가득한 영화를 좋아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데어 윌 비 블러드'.
한 사람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를 좋아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데어 윌 비 블러드'.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는 영화를 좋아한다면 역시 주저하지 말고 '데어 윌 비 블러드'.
개인적으로는 오스카 평단의 의견과 비슷하게 이 영화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보다는 다소 떨어지는 영화라고 보지만 그것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워낙에 명작 중의 명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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