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집인 <More Songs About Building And Food>보다 일진보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것 같다.
2집에서 3집으로의 변화는, 어줍잖은 비유를 써보자면, 그레이 스케일(gray scale)에서 RGB모드로의 변화와 비슷한 느낌.
토킹 헤즈는 3집 <Fear Of Music>에서 사운드의 채도와 명도를 역대 최대치로 끌어 올려 선명하고 다채로운 음악을 들려준다.
여러 소리의 사용이 풍부해졌고 의도적으로 삽입했던 소리와 소리 사이의 틈을 가득 채웠다.
크로매틱 스케일을 빈번히 사용해 스타일리쉬하고 모던한 느낌을 살렸는데, 그 사운드의 기반이 어쿠스틱한 악기들로 구성되었다는 게 주목할 만한 점.
트랙을 면면히 살펴보면 이들이 3집에서 여러가지 장르적 실험을 시도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두 번째 싱글로도 발매된 1번 트랙 'I Zimbra'는 다다이즘 시를 가사로 쓴 노랜데, 얼룩말이 뛰어 노는 뉴 웨이브적 사바나가 자연스레 그려진다.
앨범이 발매된 후 처음으로 나온 싱글 'Life during wartime'은 어반 블루스 락과의 크로스오버가 이루어졌고, 6번 트랙 'Memories can't wait'은 얼터너티브적인 느낌이 강하다.
8번 트랙 'Heaven'은 꼭 열린 음악회에서 자주 흘러나올 것 같은 발라드 넘버로, 토킹 헤즈의 곡이라기엔 다소 진부한 감이 없잖아 있다.
이 앨범에서 가장 들을만 했던 부류의 곡은 신스 팝과의 접목이 시도된 것들이다.
대충 마지막 싱글로 나왔던 'Cities', 그리고 원 앨범의 마지막 트랙들을 장식하고 있는 'Electric guitar'와 'Drugs' 등이 그 예.
'Drugs'는 사이키델릭한 느낌이 강한데 이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볼 만하다.
'Paper', 'Air', 'Animals' 등은 토킹 헤즈가 과거에 보여줬던 뉴 웨이브 노선을 충실하게 따르는 트랙들인데 참 중독성 있는 요소를 곡 중간 중간에 잘도 심어놨다.
꼭 오늘 아침으로 먹은 불고기에 밴 양념이 생각나는데, 왠지 데이빗 번이라면 맛집 장사 기똥차게 잘 할 것 같은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보너스.
구글에 <Fear Of Music>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앨범 커버들이다.
도무지 같은 앨범 커버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다양한 색감이 존재하는데 다음에 CD 사러갈 때 시간이 있으면 꼭 실제 앨범 커버를 보고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앨범에 별 5개를 준 롤링 스톤의 평에 따르면, 앨범 커버가 나타내는 맨홀 뚜껑과 이 앨범이 담고 있는 주제 의식 사이에 상당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 음악은 음반을 직접 사서 들어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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