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의 네 번째 정규 앨범.
참고로 "maladroit"라는 단어는 "서툰"이라는 뜻의 형용사다.
3집 <Weezer (The Green Album)>에서 보여주던 소총 타선 같던 모습에 큰 변화는 없다.
열세 트랙에 총 33분 남짓이고 3분이 넘는 트랙은 2개에 불과하다.
전반적으로 기타 사운드의 비중이 늘어났고 이펙팅의 농도도 짙어졌으며, 그 결과 드라이브 톤이 육중하게 잡힌 빡센 기타 리프를 많이 들을 수 있다.
'Take control', 'Slave', 'Fall together'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
앨범의 첫 싱글로 발매된 'Dope nose' 같은 곡은 꼭 폴 길버트의 솔로 앨범을 듣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가벼운 내러티브에 부담스럽지 않은 테크닉을 섞은 것이 포인트.
'Death and destruction'에서 보여지는 완급 조절, 숨 고르기도 좋지만 역시나 이 앨범의 베스트 트랙은 'Burndt jamb'이다.
제목의 뜻은 아무리 구글링을 해봐도 알 수가 없었다.
보컬 라인도 그렇고 곡의 나머지 구성들, 예를 들어 베이스 라인, 기타 솔로, 드럼 비트 모두 이렇게 가볍고 자유롭게 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이기적인 개인 취향의 발로일까?
어쨌든 나한테는 누가 뭐래도 앨범 최고의, 아니 위저 최고의 트랙인 건 확실하다.
위키피디어를 보다가 재미 있는 사실을 알게 되어 여기에 짧게 그 줄거리를 옮긴다.
위저는 이 네 번째 앨범을 준비하면서 상당히 혁신적인 제작 과정을 도입한다.
그들의 웹 사이트에 데모 버전의 MP3 파일을 매일 매일 업로드하고 팬 포럼으로부터의 꾸준한 피드백을 통해 곡을 점차 수정해가는 것이 그 방법.
이를테면 팬들과의 교류를 극대화하여 예술의 제작자와 소비자 사이의 피할 수 없는 그 거리감을 좁혀보려는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각종 라디오 스테이션은 이렇게 업로드 된 MP3 파일을 데모 형식으로 틀어주게 되는데, 이것이 채 발매도 되기 전인 앨범의 첫 싱글 'Dope nose'를 빌보드 모던 락 차트 25위에 오르게 하는 기이한 결과를 초래한다.
세일즈에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한 것인지 어쩐 건지, 원래 4집 앨범을 발매하기로 되어 있던 레코드사는, 위저에게는 <Maladroit>의 마스터 테이프를 내놓으라고, 위저의 데모를 틀었던 라디오 방송국들에게는 공식적인 사과를 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위저는 이 모든 활동이 자신들의 자금으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며 반발했고, 팬들은 이 문제에 대해 소규모 그룹까지 형성해 레코드사에 조직적으로 대항했다고 한다.
뭐, 그 뒤의 이야기까지는 적혀 있지 않지만 아무래도 이쯤에서 사태가 마무리 지어진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적당히 훈훈한 결론이다.
참 마지막 줄에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
'A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데이브레이크(Daybreak) <Aurora> (0) | 2012.04.10 |
---|---|
성 앙투안느의 유혹 (0) | 2012.04.10 |
EXID - Whoz that girl 가사에 대한 단상 (0) | 2012.04.08 |
네이버 음악 이 주의 발견 - 국내 앨범 3월 다섯째 주 40자평 (0) | 2012.04.04 |
Closer (2) | 2012.04.04 |
The Hangover Part II (0) | 2012.04.01 |
Talking Heads <Fear Of Music> (2) | 2012.03.29 |
Saving Private Ryan (0) | 2012.03.28 |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0) | 2012.03.25 |
정글 (0) | 2012.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