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레이크(Daybreak) <Aurora>

| 2012. 4. 10. 17:49

꽤나 칭찬 일색이었던 <Urban Life Style>[각주:1] 이후 3년 만에 나온 <Aurora>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당히 실망스러운 2집이었다.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개념으로 위안할 수는 있겠지만 여전히 부족한 감이 있다.

모든 트랙에서 1집으로부터 차별성을 두려는 시도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만약 1집과 비슷한 분위기의 음악을 재탕하려는 것이 이들의 의도였다면 그 목표는 거의 완벽하게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밴드원 개개의 테크닉은 여전히 살아 있지만 ㅡ 'Turnaround'의 기타 솔로는 손가락을 들썩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ㅡ 뻔히 예상되는 곡의 전개, 구조, 멜로디는 진부한 신파의 내러티브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신디의 빈번한 사용 덕에 퓨전 재즈의 느낌을 내는 '불멸의 여름', 애시드 재즈에 철저히 기반을 둔 '가을, 다시' 등에서 새로운 장르와의 접합하려는 시도를 엿볼 수 있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여전히 부족하다.

파워 팝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 같은 'Rock & Roll mania'이 그나마 꼽을 수 있는 베스트 트랙이다.
앨범 버전의 클립은 없어서 EBS 공감의 라이브 화면을 가져온다.
어레인지가 앨범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다.
데이브레이크의 음악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면 상당히 준수한 트랙인데 어째서 "그나마 꼽을 수 있는" 트랙이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1집과 2집을 주의 깊게 들어보면 분명히 나의 의견에 동의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분명히 잘 만들어진 트랙이다.
모든 요소가 치밀하게 계산되어 구조적인 미학까지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뭔가 훅감이 없다고 해야 할까, 귀에 착착 달라 붙는 맛이 하나도 없다.
이상한 비유가 될 수도 있겠지만 너무 예쁘게 생긴 여자에게 오히려 호감이 별로 생기지 않는다는 느낌과 비슷하달까.

그런 면에서 앨범의 마지막 트랙 '세상이 부르는 노래'는 매우 신선한 스타일이다.
데이브레이크의 음악이 항상 높은 밀도, 조밀함, 빽빽함, 치열함 따위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충분히 성공적일 수도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고 있다.
그렇게 어깨에 잔뜩 힘을 주지 않아도 좋은 음악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깔끔한 마무리의 여세를 몰아 다음 앨범에서는 데뷔 앨범만큼의 신선함을 받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1. 참고로 내가 쓴 평은 여태까지 내가 쓴 글 중 가장 꼬질꼬질한 부류에 속하니 조심하시길.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