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D - Whoz that girl 가사에 대한 단상

| 2012. 4. 8. 11:10

요새 쓰윤의 열렬한 지지 아래 점차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신인 걸 그룹 EXID.
데뷔 곡 'Whoz that girl'을 지나가다 한 번 쓱 들어봤는데 그 뒤로 자꾸 귀에 땡겨서 생각날 때마다 열심히도 들었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계속 편식하면 좋지 않은 결과를 낳듯이, 이 노래도 한 곡 반복 모드로 계속 듣다 보니 이제는 작별 인사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최근에 이렇게 열심히 들은 노래가 없었던 만큼, 정중한 예우를 갖춘 환송회라도 벌여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까 해서 인스턴트성 포스팅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주의 : 이어지는 내용은 거의 개소리에 가까움.

우선 참을 수 없는 오글거림을 주는 뮤직비디오부터 감상해보자.
나야 꾸준히 들었지만 아직 그렇게까지 유명한 노래는 아닌 것 같으니, 뮤직비디오 감상에는 노래 소개의 기능도 딸려 있겠다.

아직 마우스 휠을 내릴 수 있는 손가락이 있다면 스크롤을 내려 가사를 음미하자.

그래 너를 보내줄게 그 여자와는 더 오래가기를 빌어줄게 빌어 줄게

잊을게 너의 관한 모든걸 잊을게 두 번 다시 울지도 않을게
그 동안 내게 나름대로 잘해줬었어

미안하다고 생각하지 좀 마 네가 나를 찼다 생각하진 마
절대 말은 안 할게 내 남자였단 것도 버릇 따위도 모른 척 할게

Whoz that girl tell me Whoz that girl
Whoz that girl tell me Whoz that girl
얼마나 좋은 여자를 만나는지 기대해볼게
Whoz that girl tell me Whoz that girl
네가 나를 버릴 만큼 얼마나 예쁜 사람인지
Who u u u u u Whoz that girl

Yeah Leggo 이제 재미없어 너란 소설 거짓들만 가득해서 시선을 끄는 이야기에
그녀도 흥미롭겠지 왜 넌 내가 울길 바라는 것 같아
(No) I neva act likt that I ain no holla back girl but tell me Whoz that girl

함부로 내 말 하고 다니지마 내가 어땠단 얘기 하지도 마
지금도 네 옆에서 멍청하게 속는 그녀 얘기나 해 모른 척 할게

Whoz that girl tell me Whoz that girl
Whoz that girl tell me Whoz that girl
얼마나 좋은 여자를 만나는지 기대해볼게
Whoz that girl tell me Whoz that girl
네가 나를 버릴 만큼 얼마나 예쁜 사람인지
Who u u u u u Whoz that girl

네 사랑이란 살얼음 모르고 내디딘 발걸음 너의 이런 가벼운 버릇 말 안 해
그러니 그녀를 내게 좀 보여줘 봐 나를 좀 놀래켜 줘 봐
얼마나 대단한 여자인지 Just show me that is all I need

그래 너를 보내줄게 I'm out Out of ur love baby just go get ur girl
그 여자와는 더 오래가길 빌어 줄게 I'm out out of ur love go go get ur girl

Whoz that girl tell me whoz that girl
누군지 내게 말해줘 얼마나 좋은 여자를 만나는지 기대해볼게
Whoz that girl tell me Whoz that girl
네가 나를 버릴 만큼 얼마나 예쁜 사람인지
Who u u u u u Whoz that girl

출처는 네이버.
행간 띄어쓰기만 손 봤고 나머지는 전혀 손 대지 않았다.

주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대충 남자에게 차인 것으로 추정되는 여자의 대담 형식을 빌린 찌질한 독백 정도다.
포인트는 일곱 가지.

1. "잊을게 너의 관한 모든걸 잊을게"

"너의 관한"이라는 틀린 맞춤법을 사용함으로써 화자의 백치미를 드러내고 있는 대목.
여태까지의 삶을 반추해볼 때 "~에 관한"을 "~의 관한"이라고 잘못 쓰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사실에서 노래의 화자는 평균 이하의 맞춤법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료 사료된다.
뒤에도 다시 한 번 백치미를 강조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여기서 우리는 화자가 스스로 생각하는 매력 포인트를 백치미로 잡았으며 사실상 이 백치미 외에는 그 어떤 호소력도 없는 여자라고 가정할 수 있다.

2. "버릇 따위도 모른 척 할게"

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이전에 나오는 "내 남자였단 것"은 물론 모른 척 할 수 있는 일이다.
예를 들어 길을 가다가 내 남자였던 그 사람을 마주쳤을 경우 아는 척을 하지 않고 쌩까고 지나간다거나, 친구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에서 그 남자의 이름이 나올 경우에 "아, 나 걔랑 사귄 적 있어."라고 굳이 말하지 않고 그냥 속으로만 생각하고 넘긴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대체 "버릇 따위도 모른 척" 한다는 건 무슨 말일까?
예를 들어 그 남자에게 앉아 있으면 꼭 다리를 떠는 버릇이 있다고 치자.
자, 이제 우리는 이 버릇을 모른 척 해야 한다.

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그 남자가 저기에 앉아서 막 다리를 떨고 있으면 "야, 저거 보여? 사실 저 다리 떠는 거 저 새끼 버릇이야."라고 말하는 대신 참고 있어야 한다는 건가?
아니면 너무나 신경에 거슬리는데 "다리 좀 그만 떨어 호구야."라고 말하지 않고 그냥 꾹 참고 있으라는 말인가?
"모른 척"이라는 단어가 의미에 맞으려면 위의 두 경우에서 모두 전자의 행위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야 하는데 25세의 나에게는 도저히 이 상황이 합리적인 것 같지가 않다.
여기서 우리는 화자의 정서 상태가 상당히 불안하며 어쩌면 떠나간 남자에 대해서 극도의 집착을 가지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3. "Whoz that girl tell me Whoz that girl"

여자의 광적인 집착이 현실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쉬크한 척은 다 해놓고 그 여자가 누군지 물어보다니, 쿨한 연애를 좇는 나 같은 사람에게 있어 거의 최악의 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말의 형식상 'Who is' 또는 'Who's' 대신 'Whoz'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화자는 아주 허세가 잔뜩 들어간 여자임을 알 수 있다.
생각해봐라.
헤어진 그 남자가 다른 여자와 찍은 사진에 "저 사람 누구야?"라고 댓글을 다는 대신 "저 사람 뉴규?"라고 타이핑하는 모습을.

4. "네가 나를 버릴 만큼 얼마나 예쁜 사람인지"

여기서 화자는 자신의 열등한 외모를 이별의 이유로 들고 있다.
별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솔직히 남자들은 예쁜 여자를 좋아하기는 한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양보해도, 헤어진 그 남자가 사귀게 된 여자와 자신의 외모를 비교하는 일은 스스로의 가치를 깎는 일에 다름 없다.
화자는 분명히 매우 유치하거나, 정신적으로 성숙이 덜 되었거나, 의식 수준이 초등학교 3학년쯤인 사람이다.
더 이상 변호의 여지가 없다.

"네가 나를 찾다 생각하진 마"와 대조되는 "네가 나를 버릴 만큼"이라는 대목도 나오는데 정황상 "네가 나를 버"린 것이 사실로 추정된다.
여태까지의 분석의 맥락이 하나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음이 밝혀졌다.

5. "Yeah Leggo 이제 재미없어 너란 소설 거짓들만 가득해서 시선을 끄는 이야기에 그녀도 흥미롭겠지 왜 넌 내가 울길 바라는 것 같아 (No) I neva act likt that I ain no holla back girl but tell me Whoz that girl"

드디어 정신 착란 증세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무서워, 무슨 말 하는 건지 모르겠어.

6. "네 사랑이란 살얼음 모르고 내디딘 발걸음"

화자는 경상도 출신인가?
노래를 직접 들어보면 알겠지만 "살얼음"과 "발걸음" 발음이 상당히 어색하다.
소리나는 대로 표기하자면 [살으름]과 [발끄름]에 가까운데 뭐 이런 걸 사투리의 영향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발음이다.

또는, 아래의 짤방이 생각난다.
화자는 극도의 흥분 상태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7. "나를 더 놀래켜 줘 봐"

수미상관법을 사용하여 자신의 백치미를 다시 한 번 드러내고 있다.
사실 "놀래켜"와 같은 표현은 많은 사람들이 잘못 쓰고 있는 것이긴 하다.

짧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길을 가는데 갑자기 고양이가 나타나서 놀라는 상황이 있을 경우, 나는 놀란 것이고 고양이는 나를 놀랜 것이다.
누가 누구를 놀래키고 하는 그런 표현은 우리 말에 없다.

다 썼다.
재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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