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전설을 써내려가기 시작한 ㅡ 불필요한 배려를 덧붙이자면 전설을 써내려가려다가 갑자기 그만 두고 만 ㅡ 불세출의 기타리스트 존 메이어의 <Where The Light Is> 앨범은 내가 가지고 있는 단 세 장의 라이브 앨범 중 하나다.
나머지 두 앨범이 각각 에릭 클랩튼과 타워 오브 파워의 그것임을 감안하면, 공연 당시 고작 30세에 불과했던 존 메이어의 라이브에 내공과 세월을 초월한 퀄리티가 담겨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오랜만에 영상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느끼는 것은 존 메이어가 정말 기타 하나는 기똥차게 잘 치는 친구라는 사실이다.
그가 그토록 동경하던 스티비 레이 본과는 결국 상당히 다른 스타일의 기타를 치고는 있지만, 단순한 테크닉을 떠나서 둘의 연주를 바라보자면 존 메이어는 이미 스티비 레이 본과 거의 같은 반열에 오른 기타리스트가 아닐까 싶다.
저렇게 넥을 휘어잡을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
영상에서 연주하는 'Bold as love'는 지미 헨드릭스의 원곡으로 스튜디오 버전은 존 메이어의 정규 3집 <Continuum>에 포함되어 있다.
지미 헨드릭스의 버전을 들어보면 그의 음악인 것 치고는 상당히 절제된 스타일로 연주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존 메이어는 이를 처음부터 폭발하는 감성으로 표현해낸 편인데 ㅡ 스튜디오 버전이든 라이브 버전이든 ㅡ 이렇게나 훌륭한 원곡을 두고 커버 버전을 논하는 것이 다소 민망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정말 신기에 가까운 솜씨로 헨드릭스 위에 자신의 색을 입히는데 성공했다.
중간에 잠시 분위기가 잠잠해졌을 때, 어쩌면 거만하게 비춰질 수도 있는 멘트를 굉장히 너디(nerdy)하게 던지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가 거의 제프 벡을 잇는 기타 덕후가 아닐까 하고 소탈한 웃음이 지어지기도 했지만, 바로 제니퍼 애니스톤과의 지저분한 연애와, 그 연애와 관련이 없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Battle Studies>의 퀄리티가 떠오르면서 그 순수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모습에 빛이 바래는 것을 느낀다.
어쨌든 내가 본 최고의 라이브 영상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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