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음반 정리하는 법을 알고 싶다

| 2012. 4. 20. 09:07

음반을 사모으는 나쁜 덕후 취미를 가진 지 어언 5년, 드디어 가지고 있는 음반이 200장이 넘은 것 같다.
옛날에 음반이 몇 장 없을 때만 해도 그냥 책상 한 켠에다가 고이 모셔뒀으면 그만이었는데, 이제는 이 녀석들이 도무지 감당이 안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맘 먹고 정리하자면야 지금보다는 좀 더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겠지만 좋은 정리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여태까지는 그냥 장르 구분 없이 아티스트 알파벳 순서로 좌르르르 정리했는데, 같은 방법으로 대열에서 이탈한 음반을 넣자면 굉장히 비효율적인 업무를 해야 할 것이 뻔해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 기회에 철판 깔고 CD 수납장을 하나 사달라고 부모님께 건의하는 방법도 생각해봤으나, 인터넷으로 찾아본 CD 수납장은 그 기능의 특수성 때문인지 보통의 가구보다 가격이 최소한 두 배는 비싼 느낌이라 포기.
인터넷으로 조금 검색해봤으나 내 머리가 그다지 나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듯, 이 정도의 애매한 분량의 음반을 정리하는 기똥찬 방법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 음반 CD라는 것이 모두가 같은 규격으로 이루어져 있기만 하더라도 정리를 꾸역꾸역 시도할 텐데 꼭 일반적인 규격에서 벗어나는 녀석들이 내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이런 정리에 있어서 약간 결벽증이 있는 나는 어차피 딱딱 질서 정연하게 정리가 될 것이 아닌 한 지금의 상태나, 조금 정리를 한 뒤 삐뚤빼뚤해져 있는 상태나 별로 다르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에서 1층 좌측에 보이는 저 블랙홀의 베스트 앨범은 두께나 높이 면에서 말할 것도 없이 무법자다.
그나마 2층 중앙에 보이는 스완 다이브의 모음 앨범 정도는 높이라도 일반 규격과 비슷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정돈된 수납이 가능할 거라고 본다.
앞쪽에 가로로 그냥 쌓여 있는 CD들 위쪽 중앙에 보이는 테네이셔스 D의 메탈 커버는 정말 아슬아슬한 차이로 규격에서 벗어나 역시 다소 간의 짜증을 불러온다.
각종 LP 미니어쳐들은 오히려 더 얇은 두께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두 가지 의미에서 매우 신경이 쓰이는 짤.

어차피 잘 듣지도 않는 음반들 ㅡ 사실 지금 집에 제대로 돌아가는 전용 CD 플레이어는 없다. 내 방에 있는 미니 컴포넌트도 맛탱이가 갔고 거실에 있는 컴포넌트는 그 어떤 음반 CD도 읽지를 못한다. 그나마 CD 자체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기는 거실에 있는 데스크탑 컴퓨터인데 뭔가 CD를 듣기 위해 컴퓨터를 켠다는 행위가 내게는 썩 어색하게 느껴져 잘 그러지 않는 편이다. ㅡ 이니 만큼 싹 정리, 즉 중고 판매를 해버릴까도 생각했지만 도무지 이 꼬맹이들을 바깥 세상에 내놓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나만의 살 공간을 마련하게 되면 나와 함께 이 집을 떠날, 지금 같아서는 거의 유일한 녀석들이 이 음반들인데 얘네들을 조심스럽게 운반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골이 아프려고 한다.
그래도 어쩔 도리는 없을 거다.
도무지 포기할 수 없는 양의 기억들이 앨범 한 장 한 장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답정너식의 뻘글은 빨리 끝내야지, 안 그러면 괜히 욕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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