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kfast At Tiffany's

| 2012. 4. 29. 11:37

실망스럽기가 <노팅 힐>에 버금가는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내가 본 영화가 총천연색으로 리마스터링[각주:1]된 것이라 그런가, 어쨌든 영화가 가지고 있는 60년대 낭만과 로맨스를 받아들이기에 내 마음은 너무 별스러웠던 걸까.
내가 보기에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현실 감각 없는 과대 망상의 유리 멘탈 여자와 정상인인 척 하지만 사실은 비정상인에 더 가까운 남자가 놀음차라는 가치의 공유를 통해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고 영화 같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상당히 신경을 거스르게 하는 일본인 캐릭터 유니오시 이야기는 빼놓더라도, 개연성 제로의 스토리 라인이나 잔뜩 위트 든 척하는 대사, 평범하기 그지없는 카메라 워크 등 도무지 괜찮은 구석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나마 이 영화가 완전한 여성향 영화로 취급 받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당시 미국 사회의 불편한 한 단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나쁘지 않은 영화라고 평할 수 있는 이유로는 명불허전 오드리 헵번의 외모 때문이리라.
'Moon river'는 분명히 잘 만들어진 트랙이지만 굳이 이 영화에 쓰이지 않았더라도 좋을 음악이다.
오히려 'Moon river'가 흘러나오는 영화 장면은 오드리 헵번의 기타(guitar) 발 연기 때문에 머리털이 쭈뼛쭈뼛 서는 것 같은 곤란함을 느끼게 했다.

대체 무슨 영화를 본 건지 온통 뒤죽박죽에 혼란스럽기만 하다.
어느 날 당신에게 시간이 정말 많이 남고, 생각이 매우 깔끔하게 정리되어 조금 어지럽힐 필요가 있을 때라면 추천할 만한 영화.
그런 여유가 없는 수많은 모든 사람들에게는 비추.

백 번 양보해서 취향 차이라고, 나의 마초 선호 성향이 짙게 반영된 평이라고 나 스스로가 인정하더라도, 정규 분포의 중간 그룹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가 정말 좋은 영화라는 기억으로 남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째서 이 영화가 이렇게 유명한 것인지 ㅡ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명성이 단순히 오드리 헵번의 외모 때문이라면 딱히 할 말이 없다 ㅡ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영화사 사상 최고로 과대평가된 영화 중의 하나다.

구글링으로 찾은 두 사진을 대충 짜깁기했다. 흑백 영화를 봤더라면 이보다는 쬐끔 더 나은 인상을 받았을 것 같기도 하다.

  1. 사실 흑백 영화에 색을 입히는 것도 리마스터링이라고 하는 것인지 모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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