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에 그 이름을 깊게 새긴 영화가 아님에도 이런 고전 영화를 고른 이유는 아마 한국 전쟁을 스토리라인의 기반에 깔고 가는 영화라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1962년에 만들어진 《맨츄리안 캔디데이트》는 본격적인 냉전의 신호탄인 한국 전쟁에서 공산주의 세력에 의한 정신 세뇌를 당한 인물들과 그 인물들을 둘러싼 어설픈 정치적 상황을, 이런 총체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억지로 끼워맞춘 듯한 플롯으로 그려낸 이상한 액션, 스릴 없는 스릴러, 일종의 블랙코미디 영화다. 존 프랑켄하이머 감독에 프랑켄하이머와 조지 액슬로드의 공동 제작, 희대의 엔터테이너인 프랭크 시나트라가 주연을 맡고 《사이코》의 자넷 리가 조연으로 등장하는 대단히 빵빵한 제작진과 캐스팅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대단히 시시껄렁하게 보이는 이유는 아무래도 시대의 탓이 클 것이다. 1
우선 이상한 액션이 무엇을 말하는지 보자. 아래의 장면은 프랭크 시나트라와 아마도 카투사로 추정되는 역할을 맡았던 헨리 실바 ㅡ 위키피디어를 찾아보니 헨리 실바는 브룩클린 태생의 스페인, 시실리아 혼혈계라고 하는데 1960년대의 미국 대중들에겐 충분히 아시아인처럼 보일 것 같긴 하다. ㅡ 의 격투 장면이다. 난 이 장면부터 이 영화의 장르 정체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스릴 없는 스릴러란? 진짜 복잡한 구조와 멋드러진 편집들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영화의 플롯은 뻔해보이고 ㅡ 심지어 높은 평가를 받는 그 반전이라는 것에도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다. 오히려 그 반전이 없었더라면 그 자체가 더 반전이었을 것이다. ㅡ 편집에서 오는 형식적인 스릴은 애초에 지나간 영화에서 찾아보기가 힘들다. 스릴러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고전 영화는 대중들에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영화가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내가 권위성을 인정하는 로튼 토마토에서 이 영화의 주는 점수는 대단히 높으며 다른 여러 권위적인 소스에서도 이 영화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그러니 아마 내 의견은 그저 사견에 지나지 않을 뿐이요, 절대적인 의미에서는 "틀린"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도저히 그 영상이나 장면을 찍은 사진을 찾을 수가 없는데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한국 전쟁 당시 미군 부대 근처의 한국 술집 장면을 어떤 식으로 연출을 한 것인지 궁금하다. 헨리 실바처럼 아시아 사람처럼 생긴 여자들을 다수 불렀을 가능성이 크겠지만 당시 세트를 꾸밀 때 어떤 식의 고증을 거쳤는가, 내부에 있던 디테일한 장식들은 어디서 어떻게 구해왔는가, 뭐 이런 것들이 알고 싶은데 구글링을 해도 답이 없는 것을 보면 그런 건 나만 궁금해하는 것 같다.
- 사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맨추리안 캔디데이트'가 옳은 표기법이지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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