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b

| 2012. 5. 16. 08:35

http://blogs.indiewire.com/theplaylist/review-womb-puts-love-sex-family-and-cloning-into-a-blender-comes-out-as-a-sci-fi-incest-romance

<몽상가들>의 잔잔한 충격 덕분일까.
에바 그린이라는 배우의 이름은 단지 그 이름 두 단어 만으로 영화에 묘한 분위기를 부여하는 느낌이다.
위 스틸컷은 우리 나라에서 개봉했을 당시 포스터의 배경으로도 쓰였던 사진인데, 역시나 심상치 않은 분위기 아닌가.
그녀 특유의 눈빛이 주는 잔뜩 고조된 긴장감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아, 이 영화는 뭔가 파격적인 베드신을 장치로 갖는 끔찍한 로맨스 영화이거나 또는 끔찍한 드라마 영화겠구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게 한다.
게다가 수려한 영덩이 라인을 선보이는 인물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잘 구분이 안 되지만 어쨌든 10대 초중반의 그것임이 확실한 상황에서 보는 이의 미묘한 불안감은 극에 달한다.

나 역시 이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영화를 봤다.
헌데.

더 이상 읽기 전에 이 문장 아래로부터는 아주 충분한 스포일러가 있음을 밝히는 바.
평소에 영화에 대한 평을 쓰면서 스포일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어지는 내용은 아예 이 영화를 안 보게 할 만한 정도의 비판과 스포일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혹시나 타자의 영향을 받지 않고 <움>을 보려고 했던 사람이라면, 차라리 영화를 보고 와서 아래 글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적절한 여백을 위해 예고편을 첨부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움>의 장르는 로맨스도, 드라마도 아닌 2류 공상 과학 영화다.
등장 인물들의 대사를 극도로 제한하고 틈만 나면 전경샷을 잡아 적막함을 강조하면서 뭔가 있어보이려는 분위기를 잔뜩 조성해놨으나 사실 그 분위기를 빼고 나면 이 영화엔 남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
에바 그린은 <몽상가들>에 이어 ㅡ 사실 여기서 "이어"라는 표현은 내 개인적인 영화 감상 순서에 따른 표현이다. <몽상가들>이 개봉했던 것은 2003년이고 <움>은 2010년 영화니 두 영화 사이에는 상당한 갭이 존재한다 ㅡ 절대 제 정신이라고 할 수 없는 여자 연기를 정말 끝내주게 소화한다.
이제는 하도 저 의미심장한 웃음에 익숙해져서 아무리 뻔한 영화일지라도 다른 영화에서 그녀를 보게 된다면 다 제쳐두고 그 다크한 포스에 움찔하게 될 것 같다.

굳이 굳이 따지자면 아들이자 연인, 스스로가 자신의 아버지이며 반대로 스스로가 자신의 아들인 한 남자라는 소재에는 나쁘지 않은 소재라는 평을 내릴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그 표현법이 잘못되었다.
매우 허술한 플롯이 영화의 방법론이 잘못되었다는 것의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겠지.
대체 왜 이 영화의 제목이 자궁인지 뭐 주제 의식도 없고 뭐 베드신도 없고 그렇다.
게다가 왜 우리 말 제목은 "자궁"이 아니고 "움"이냐, 무슨 오움진리교도 아니고.

참고로 감독은 헝가리 사람이라고 한다.
뭐 그냥 그렇다고.

내 비록 에바 그린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여배우 한 명의 존재감으로는 나머지 단점들을 커버할 수 없었던, 보는 내내 실망에 실망을 거듭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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