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벤져스》가 개봉했을 때 평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관심이 많던 지인이 굳이 스토리를 더 잘 이해하고 싶다면 바로 이 영화를 먼저 보라는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이 났다. 비록 이야기의 일부분에 인간이 등장하고 배경을 지구에 두고 있긴 하나, 세계관 자체가 지구("그들"의 언어로는 미드가르드)를 벗어나 있고 그 기반을 예전 북유럽 "신화"에 두고 있기 때문에 시네마틱 유니버스(그야말로 유니버설한 이야기다.)의 여러 이야기 중 가장 판타지에 가까운 녀석이다. 무시무시하게 최첨단의 테크놀로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정치적인 구조에서는 상당히 후진적이라는 평을 내릴 수 있는 군주제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나처럼 이곳 저곳 꼬치꼬치 뜯어보는 스타일에겐 적지 않은 위화감이 들긴 했다. 오딘 부부와 토르 형제, 그리고 토르의 친구들을 제외한 일반 아스가르드 국민들의 등장이 너무 없기 때문에 아스가르드가 썰렁한 유령 도시처럼 느껴지는 점, 마블발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미국식의 진부한 농담들이 대단히 진부하게 느껴지는 점 등 얼굴을 찌푸리고 보자면 거슬리는 흠들이 있긴 했지만 무엇 하나 대단히 이상하다고 지적할 부분은 아니다. 오히려 신화의 세계라는 장점을 극대화해 아이언맨과 맞먹는 정도의 다이나믹함과 빵빵한 특수 효과 세례를 퍼부어 보는 눈이 즐겁다.
캐스팅도 높게 평가할 대목이다. 배우로서의 커리어도 훌륭하고 소위 연기파 배우로 분류되는 나탈리 포트만(해외 여배우 중에서는 내가 거의 가장 좋아하는 배우라 할 수 있다.)은 이런 슈퍼 히어로물과는 조금 궁합이 맞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있었는데 나약한 인간 과학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냈다. 어른들로부터 끊임없이 브래드 피트가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크리스 헴스워스 또한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을 가진 토르 역할을 무난하게 소화했다. 우리나라 모 커뮤니티들에서 "찡찡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톰 히들스턴의 로키 캐릭터는 영화의 화룜점정이었다. 근래에 보기 드문 매력을 가진 캐릭터였다. 필연적으로 영화의 플롯이 단순해야 한다는 한계를 어찌할 수 없었겠지만 당장 주어진 설정만을 놓고 봤을 때도 충분히 입체적이고 다양한 각도에서 재조명 할 수 있는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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