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의 레이스 유격수 수난기

| 2011. 8. 28. 13:31

확실히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한 해를 돌아본다든지 다음 시즌을 예상한다든지 팀의 문제가 무엇인지 분석하는 글이 자주 올라올 것 같다.
훌륭한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나 같은 팬에겐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의 글은 언젠가부터 정말 대책이 없는 레이스 유격수에 대한 글이다.
'똥 무더기'라는 가혹한 표현이 솔깃하게 들릴 줄이야.

2011년 8월 28일 오후 1시 현재 2012년에 가장 많은 출전을 보장받아야 할 유격수 투표 결과 션 로드리게즈와 팀 베컴이 각각 37%, 33%의 득표율을 올리며 가장 강력한 두 후보로 나서고 있다.
리드 브리그낙이 15%로 다음 순위이며, 11%는 기타 후보를 꼽았는데 아마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자는 쪽의 의견으로 보인다.
비운의 엘리엇 존슨은 1%에 그쳤다.
2012년엔 우선 션 로드리게즈를 주전으로 내세우면서 팀 베컴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 나는 로드리게즈에 한 표 보탰다.

원문 : http://www.draysbay.com/2011/8/26/2383879/the-tampa-bay-rays-shortstop-crap-heap

똥.


유격수라는 자리는 꼭 호세 레이에스[각주:1] 같은 타격 실력을 지닐 필요는 없다.
하지만 동시에 리드 브리그낙[각주:2]처럼 못 치라는 법도 없다.

레이스는 이번 시즌 내내 유격수 자리에 문제를 겪어왔다.
브리그낙이 시즌 개막부터 주전 유격수를 맡았는데 그는 가망 없이 어퍼컷 스윙을 휘둘러댔다.
거기에 전반적으로 운이 안 좋게 작용한 결과 그의 OPS는 5할에도 미치지 못하게 되었다.
레이스는 그를 더램으로 보내고 두 선수, 션 로드리게즈엘리엇 존슨을 번갈아가며 유격수에 기용했다.

로드리게즈 역시 .222/.300/.343의 전혀 인상적이지 못한, 그러나 유격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 최악도 아닌, 그렇지만 우리가 션 로드리게즈라는 선수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기대보다는 한참 낮은, 그러면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경쟁하기에도 썩 충분하지 못한 성적을 올렸다.

여기에 엘리엇 존슨의 6할이 안 되는 OPS를 고려하면 결론이 나온다.
레이스의 유격수들은 똥 무더기다.


수비적인 측면을 보자면, 준수한 편이다.


문제의 시작과 끝은 모두 타격에 있다.


그래서, 해결책이 존재하기는 한 걸까?
문제의 일부를 선수들 자신에게 돌릴 수는 있겠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실제 실력보다 더 저조한 성적을 올리고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팀에 다시 합류한 뒤로[각주:3], 리드 브리그낙은 더 나은 수비력과 좀 더 수평적인 타격[각주:4]을 선보이고 있다.
두 가지 현상 모두 아주 고무적인 신호이지만 그는 25살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트리플 A에서조차 평균에서 3% 이상의 타격 기록을 올려본 적이 없는 선수다.
당연히 그가 레이스 유격수의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는 노릇.

한편, 2008년과 2009년 모두 트리플 A에서 뛰어난 타격을 보여주었던 션 로드리게즈 또한 메이저리그에선 100 wRC+[각주:5]에 조금 못 미치는 선수라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이를 그의 뛰어난, 때때로는 아주 훌륭한 수비 능력과 함께 고려한다면 그는 대충 리그 평균(거의 2에 가까운 WAR를 기록 중[각주:6]) 수준의 유격수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이 정도라면 그를 라이언 테리엇이나 제이슨 바틀렛 같은 선수와 비교하는 것도 아주 무리는 아니며, 그가 올 시즌 좌투수를 상대로 151 wRC+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훌륭한 플래툰 선수로서, 또는 단독으로 주전 유격수로서 내년 레이스에서 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물론 나의 바람은 로드리게즈가 27살이 되는 내년에 마이너리그에서 보여주었던 타격 능력을 상당 부분 회복함으로써 팀과 연장된 계약을 맺는 것이다.
그는 내년에 연봉조정신청 1년차에 접어들기 때문에 그를 트레이드 하는 것도 아주 가능성이 없는 일은 아니다.

레이스에게 또 다른 희소식이 있다면 1루수와는 달리 유격수 자리엔 마이너리그에 장래가 유망한 어린 선수들이 여럿 있다는 것이다.
팀 베컴은 이미 트리플 A에 진출해 60타석 동안 .288/.300/.576의 눈에 띄는 성적을 올리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 바로 뽑힌 탑 픽으로서(2008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술을 마실 수 있게 된 지 아직 채 7달도 되지 않은 싱싱한 선수다.[각주:7]

짐작컨대, 베컴은 22세가 되는 내년에도 트리플 A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 팀 동료는 물론 상대방 선수들보다 대충 4살에서 5살은 어린 셈이다.
만약 베컴이 그 곳에서 준수한 성적을 올린다면 ㅡ 대충 메이저리그에서 .750의 OPS를 기록할 수준이 되는 상황에서 로드리게즈가 여전히 지금과 같은 밍숭맹숭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가 주전 유격수로 나서는 상황(최소한 플래툰이라도)도 꽤 현실성 있게 보인다.

베컴의 뒤에서 더블 A 생활을 열심히 즐기고 있는 이학주도 빼놓을 수 없다.
올 11월에 21살이 되는 이학주는 유격수가 갖춰야 할 모든 조건 ㅡ 타격, 수비, 주루 ㅡ 을 모두 가지고 있다.
하지만 더램에 올라오기 전까지는 지금의 유격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그를 고려하기는 힘든 일.

물론 레이스가 새로운 선수를 영입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대가가 상당히 비쌀 것이고(연봉 문제든 트레이드로 내줘야 할 유망주 문제든), 베컴과 이학주가 예상보다 더 빨리 성장할 경우 일종의 체증 현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요약 : 2011년은 레이스 유격수들에게 악몽과도 같은 해였다. 마이너리그엔 뛰어난 유격수 유망주들이 있다. 유격수 자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1. 올 시즌 .336/.377/.507 [본문으로]
  2. 올 시즌 .194/.231/.218 [본문으로]
  3. 브리그낙은 지난 8월 10일에 트리플 A에서 메이저리그로 다시 올라올 수 있었다. [본문으로]
  4. 앞서 언급된 ‘어퍼컷 스윙’과 대조되는 개념. [본문으로]
  5. wRC+는 연도차, 구장차, 리그차를 고려해 리그 평균과 비교한, 한 선수가 그 시즌에 팀을 위해 만들어 낸 점수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쉽게 말하면 그냥 종합적인 타격 능력에 대한 점수라고 봐도 좋다. 더 자세한 것은 다음 링크 참고. [본문으로]
  6. WAR는 2라는 수치를 리그 평균으로 잡는다. [본문으로]
  7. 미국에서 술을 마시려면 만 나이로 21세가 되어야 한다. 팀 베컴은 1990년 1월 생으로 올해에서야 21세가 되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