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아메리칸 리그의 마지막 날

| 2011. 10. 9. 14:07

이 날의 감동은, 비록 실시간으로 느끼지는 못했지만, 메이저리그 야구사에 길이 길이 남을 만한 수준의 것이다.
레이스의 팬으로 이 감동을 전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느즈막히 번역해 올린다.

원문 : http://www.fangraphs.com/blogs/index.php/reliving-the-final-day-in-the-al-visually

이 글은 2011년 9월 28일의 그 치열했던 밤이 전개되었던 과정을 승리 확률(Win Probability) 수치에 초점을 두고 다룬다.
아래에 있는 그래프는 레이스와 레드 삭스가 서로 아메리칸 리그 와일드 카드를 차지할 확률을 시간대별로 분석한 결과다.
비록 우리가 어제[각주:1]있었던 일이 실제로 얼마나 굉장한 일인지 수치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16개의 하이라이트로 구분한 아래의 그래프가 어제 밤이 얼마나 기적적인 밤이었는지 ㅡ 그 최후의 5분이 얼마나 믿기 힘든 순간인지 알려주는 간단한 가이드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마 이런 일은 나의 야구 인생에 있어서, 아니 어쩌면 전체 야구 역사에 있어서도 가장 놀랄 만한 일이리라.


만약 두 팀이 마지막 날에 동률을 이루어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내기 위한 추가 경기를 더 벌일 경우 그 때의 승률은 각각 50%로 계산했다.[각주:2]

A. 오후 7:48. 더스틴 페드로이아가 1타점 적시타를 쳐 레드 삭스가 1:0으로 앞서 나간다.(레드 삭스 승리 확률 60%)
레이스는 2회 초에 0:0으로 비기고 있었지만 2아웃에 만루 상황을 맞았기 때문에 레이스의 승리 확률은 30%.

종합 : 보스턴 70%, 탬파베이 30%

B. 오후 7:51. 마크 텍셰이라가 그랜드 슬램을 쳤고 양키스는 레이스에 4:0으로 앞서 나간다.(레이스 승리 확률 10%)
레드 삭스는 데이빗 오티즈가 병살을 치고 라이언 래번웨이가 삼진을 당하며 3회에 추가 득점에 실패했지만 여전히 60%의 든든한 승리 확률을 가지고 있다.

종합 : 보스턴 75%, 탬파베이 25%

C. 오후 8:05. J.J.하디가 홈런을 쳤고(시즌 30호!) 오리올스는 스코어를 2:1로 뒤집었다.(레드 삭스 승리 확률 37%)
그러나 레이스는 여전히 4회 말까지 4:0으로 끌려다니고 있었고 레이스의 승리 확률은 8%로 떨어진다.

종합 : 보스턴 64%, 탬파베이 36%

D. 오후 8:33. 마르코 스쿠타로가 보크로 출루하며 보스턴은 4회에 경기를 동점으로 만들었고, 5회에는 더스틴 페드로이아가 홈런을 쳐서 다시 경기를 뒤집는 데 성공, 레드 삭스의 승리 확률은 62%가 된다.
같은 시각 세인트 피터스버그[각주:3]에서 레이스는 지난 3이닝 동안 단 하나의 한타만을 뽑아내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스코어는 여전히 4:0, 승리 확률은 4%가 된다.

종합 : 보스턴 79%, 탬파베이 21%

E. 오후 9:07. 존 레스터가 J.J.하디와 닉 마카키스에게 연달아 볼넷을 내주면서 보스턴의 승리 확률은 45%가 된다.
탬파베이는 여전히 암울하다.

종합 : 보스턴 72%, 탬파베이 28%

F. 오후 9:11. 블라디미르 게레로가 병살을 쳤고, 위협은 끝났다.

종합 : 보스턴 81%, 탬파베이 19%

G. 오후 9:30. 스코어 3:2를 유지한 채 7회 말로 접어들던 보스턴의 경기는 우천으로 연기가 되기 시작했다.(레드 삭스 승리 확률 64%)
탬파베이는 어떻게든 힘을 내보고자 노력했지만 마크 텍셰이라가 또 홈런을 쳤고, 앤드류 존스에게마저 홈런을 내주며 점수는 7:0이 되었다.
레이스의 승리 확률은 1%가 되었다.

종합 : 보스턴 82%, 탬파베이 18%

H. 오후 10:22. 양키스는 8회에 레이스에게 연달아 3점을 내주었고, 에반 롱고리아가 루이스 아얄로부터 쓰리런을 때려내면서 양 팀의 점수 차는 굉장히 좁혀지고 스코어는 7:6이 된다.
레이스는 여전히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더 점수를 내야 했지만 어쨌든 이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는 않게 된다.
레이스의 승리 확률은 18%로 상승.
반면 볼티모어의 비는 계속 된다.

종합 : 보스턴 70%, 탬파베이 30%

I. 오후 10:42. 위대한 호박[각주:4]이 또 일을 벌였다.
2008년 대타로 나와 조나단 파펠본으로부터 경기를 동점으로 만드는 홈런을 쳤던 댄 존슨은 9회말 대타로 출장해 2아웃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전 레이스 소속의 코리 웨이드로부터 홈런을 뽑아냈고 스코어는 7:7, 동점이 되었다.
볼티모어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탬파베이에는 새로운 희망이 용솟음 쳤다.
레이스는 9회 말에 게임을 뒤집는 것에 실패했고 경기는 7:7 상황에서 연장전으로 이어지면서 레이스의 승리 확률은 50%가 된다.

종합 : 보스턴 57%, 탬파베이 43%

J. 오후 10:58. 보스턴의 경기가 재개되었다.
마크 레이놀즈가 알프레도 아세베스의 공에 맞아 출루하며 보스턴의 승리 확률이 56%로 떨어진다.
반면 레이스는 양키스의 10회 초 공세를 잘 막아내며 승리 확률을 60%로 높인다.
경기가 시작한 오후 7시 15분 이후 처음으로 50% 이상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을 갖게 되는 순간이다.

종합 : 탬파베이 52%, 보스턴 48%

K. 오후 11:17. 쟈니 데이먼이 스캇 프록터에게 삼진 아웃을 당하면서 레이스는 잔루 1루로 10회 말 공격을 마치고 경기는 11회로 접어들게 된다.
레드 삭스는 8회 말 오리올스의 공격을 막았고 1점차 리드를 9회까지 가져가는데 성공한다.
승리 확률은 70%로 높아졌고,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에서도 다시 리드를 가져간다.

종합 : 보스턴 60%, 탬파베이 40%

L. 오후 11:38. 레이스의 브랜든 가이어가 좌측으로 안타를 치며 1아웃 주자 1, 2루 상황을 만들어낸다.
캠든 야즈[각주:5]는 9회 초였는데, 레드 삭스는 승리를 보장하는 점수를 얻을 수 있는 1아웃 1, 3루의 상황을 만들어냈고 승리 확률은 89%에 달하게 된다.
그러나 보스턴과 탬파베이는 둘 다 점수를 내는 것에 실패한다.

종합 : 보스턴 59%, 탬파베이 41%

M. 오후 11:51. 보스턴은 거의 승리에 근접한 것 같다.
조나단 파펠본은 9회 말 2개의 손쉬운 삼진을 잡아냈다.
주자가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크리스 데이비스가 타석에 들어섰고, 레드 삭스의 승리 확률은 95%에 달한다.
탬파베이는 아웃 없이 양키스에게 1, 3루에 주자를 내주는 위험한 상황을 맞는다.

종합 : 보스턴 89%, 탬파베이 11%

N. 오후 11:55. 극적인 반전.
조나단 파펠본은 오리올스의 8번, 9번 타자인 크리스 데이비스와 놀란 레이몰드에게 연달아 2루타를 허용했다.
오리올스는 게임을 동점으로 만들었고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를 둠으로써 승기를 높였다.
레드 삭스의 승리 확률 39%이 되었고 이는 J.J.하디가 역전 홈런을 쳤을 때의 수치까지 떨어진 셈이다.
트로피카나 필드에서는 제이크 맥기가 내야 땅볼로 아웃을 하나 잡고, 3루에 나가 있던 그렉 골슨의 멍청한 주루 센스를 에반 롱고리아가 잘 캐치해 또 하나의 아웃을 잡아 냈다.
주자는 하나, 아웃은 둘, 승리 확률을 50%로 높이고, 레이스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최고치에 이른다.

종합 : 탬파베이 56%, 보스턴 44%

O. 오전 12:00. 레이스는 12회 초의 위기를 잘 넘겼다.
레드 삭스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는데, 로버트 안디노의 타구가 좌익수 칼 크로포드의 글로브에서 빠져 나오는 바람에 끝내기 점수를 내며 패배하고 만 것.
레드 삭스는 이제 63%의 승리 확률을 가지고 있는 레이스가 양키스에게 지기만을 바라는 상황이 되었다.

종합 : 탬파베이 81%, 보스턴 19%

P. 오전 12:03. 트로피카나의 팬들이 레드 삭스의 몰락을 듣고 기뻐하던 사이 에반 롱고리아는 스캇 프록터의 직구를 받아쳐서 좌측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홈런을 만들어 냈다.
161경기의 시즌 결과가 단 10분 만에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레이스는 8:7로 경기에서 승리했고, 총 91승 71패의 성적으로 와일드카드를 따내는 것에 성공한다.

종합 : 탬파베이 100%, 보스턴 0%

원문에는 없는 사진을 삽입했다. http://www.ibtimes.com/articles/222207/20110929/evan-longoria-walk-off-home-run-tampa-bay-rays-bobby-thomson.htm

  1. 2011년 9월 28일. [본문으로]
  2. 즉 계산은 이런 식이다. 만약 B의 경우와 같이 레이스의 승리 확률이 10%고 레드 삭스의 승리 확률이 60%일 경우, 레이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확률은 레이스가 이기고 레드 삭스가 지는 경우(4%), 레이스와 레드 삭스가 같이 이기고 지는 경우의 절반이 되는 확률(21%)을 더한 25%가 된다. [본문으로]
  3. 시즌 마지막 경기가 있었던 레이스의 홈 구장 트로피카나 필드가 있는 도시. [본문으로]
  4. 댄 존슨의 별명. 사실 댄 존슨의 별명은 그냥 호박이고 위대한 호박이 된 이유는 그가 홈런을 쳤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5. 보스턴과 볼티모어의 경기가 열리고 있던 볼티모어의 홈 구장.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