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탬파베이 레이스를 보며 : 당신은 기적을 믿습니까?

| 2011. 10. 10. 14:55

이번엔 간략한 시즌 정리다.
레이스와 양키스가 보기 좋게 디비전 시리즈에서 탈락해버린 이상 나의 이번 야구 시즌은 끝이 났다고 해도 무방하겠다.

흥미진진한 오프 시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원문 : http://www.fangraphs.com/blogs/index.php/2011-tampa-bay-rays-do-you-believe-in-miracles

디르크 헤이허스트의 트위터로부터 발췌.
 

"내가 진짜 쿨한 걸 보여줄까?"

~ 야구의 신이, 이 모든 일이 벌어지기 직전에


사람들은 그 날을 “격변의 수요일”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그 날은 격변의 수요일이었고, 따지고 보면 2011년 자체가 격변의 해라고 할 수 있다.
탬파베이 레이스는 가장 어설픈 방법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2011년의 마지막 페이지를 야구 역사 상에 길이 남을 순간으로 장식했다.

오전 12시 3분. 로버트 안디노는 조나단 파펠본으로부터 좌측으로 빠지는 라인 드라이브성 안타를 쳤다.
칼 크로포드는 공을 잡았지만 공은 그의 글러브에서 빠져 나왔고 놀란 레이몰드는 홈 플레이트로 다이빙했다.
오리올스는 그렇게 4:3으로 승리했다.
안디노에게 가장 처음으로 안긴 오리올스 선수는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고, 카메라는 방금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볼티모어 벤치의 사람들을 비춰주었다.

오전 12시 5분. 에반 롱고리아는 배트를 멀리 뻗어 ㅡ 거의 반대편 타석까지 ㅡ 뉴욕 양키스의 스캇 프록터의 슬라이더를 겨우 파울로 만들었다.
카운트는 투 스트라이크 투 볼이 되었다.
롱고리아는 한숨을 깊게 쉬었고 트럼본 주자처럼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스캇 프록터는 다음 투구를 위한 와인드 업을 시작했다.
그가 던진 공은 직구였고 방향을 잃은 공은 롱고리아가 원하는 곳으로 날아갔다.

 

“투 스트라이크 투 볼인 상황에서, 쳤습니다! 좌측으로! 좌측으로! 담장을 넘깁니다!!!”
레이스의 텔레비전 아나운서 드웨인 스탯츠가 방송 부스에서 몸을 빼 롱고리아의 시즌 31번째 홈런을 보며 외쳤다.
롱고리아가 친 공은 ‘크로포드 컷아웃’ ㅡ 한 때 레이스 소속이었던 칼 크로포드가 홈런 공을 잡아내던 그 낮은 벽 ㅡ 으로 넘어갔다.

지난 밤의(그리고 오늘 아침의[각주:1]) 레이스 경기는 극적임 그 이상의 것이었다.(레드 삭스의 팬들에게는, 애도의 뜻을 표하는 바.)
그 경기는 부분적으로는 스프링 트레이닝 게임이었고(양키스가 수도 없이 많은 투수를 썼다는 점에서), 부분적으로는 리틀 리그 월드 시리즈였으며(레이스가 거의 모든 벤치 선수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맡겼다는 점에서) 그리고 다른 부분들은 단지 믿을 수 없을 만한 것들의 집합이다.

2011년 레이스의 시즌은 비록 야구가 확률의 스포츠라고는 하지만 확률 이상의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공 하나로 모든 일이, 그 일이 비록 몇 이닝 전에 일어났던 일이라도 또는 여지껏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라도, 벌어질 수 있다.

레이스의 올 시즌은 사실상 2010년 11월 1일에 시작되었다.
그 날은 2010년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챔피언들이 대거 프리 에이전트가 되는 날이었다 ㅡ 카를로스 페냐, 칼 크로포드, 라파엘 소리아노, 댄 휠러, 그랜트 밸포어, 호아킨 베노아 그리고 랜디 초트 등을 포함해서.
불펜은 전부 팀을 떠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자 그대로, 불펜은 아예 떠나버렸다.
앤디 소낸스타인은 졸지에 우익수 파일 라인 너머에 있는 그 자리에 혼자 앉아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조차 2010년의 성적 때문에 트리플 A로 내려 갈 준비를 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2011년을 위해 레이스가 할 수 있었던 차선의 방법들뿐이었다.
미래를 위해 “장전하는” 해로 삼겠다며, 그들은 맷 가자와 제이슨 바틀렛을 트레이드 했고, 프리 에이전트 시장의 찌꺼기들과 다름없는 쟈니 데이먼과 매니 라미레즈와 계약했다.
그러나 매니는 PED[각주:2]에 양성 반응을 보여 시즌 초반에 일찌감치 은퇴를 선언했고, 레이스는 6연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두었다.

페냐와 크로포드의 자리를 대체하기 위해 레이스가 선택한 선수는 매니와 저니맨[각주:3] 댄 존슨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매니는 여섯 경기째에 돌연 은퇴했고 존슨은 2달 동안 음수의 wRC+를 기록하다가 트리플 A로 내려갔다.
몇몇 예상 시스템은 오프시즌에 댄 “펌프킨” 존슨이 약 20개에서 25개의 홈런을 때려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는 시즌 내내 단지 2개의 홈런만을 기록했을 뿐이다.
그 2개의 홈런의 영향력은 정말 엄청난 것이었지만 말이다.

나는 그가 시즌 첫 번째 홈런을 치는 자리에 있었다.
9회 초 맷 손튼으로부터 쳐낸 타구는 시카고의 밤 하늘을 갈라 3점 홈런을 만들어냈고, 그 점수 덕분에 레이스는 2011년 첫 승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그의 두 번째 홈런은 지난 밤 9회 말, 라임도 잘 맞는 투 아웃 투 스트라이크 투 볼 상황에서 만들어 낸 것이었고 경기는 7:7 동점이 되었다.
레이스의 시즌이 생명 연장의 꿈을 이룬 순간이었다.

존슨은 팬들로부터 펌프킨이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그 이유는 마치 찰리 브라운의 위대한 펌프킨 같이, 그가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마법과도 같은 일을 벌이고는 ㅡ 2008년 플레이오프에서 조나단 파펠본으로부터 9회에 홈런을 쳤던 것 ㅡ 다시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그 때와 마찬가지로 댄 존슨은 이 41M$ 페이롤의 팀이 91승을 거두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는 데에 작지만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이 기가 막히게 떨어지는 타이밍의 그래프를 보라.
매니가 은퇴했을 때는 샘 풀드가 뜨거웠고, 풀드의 페이스가 떨어지자 케이시 카치맨이 꾸준한 타격을 보여주었으며, 카치의 마법이 끝났을 때는 B.J.업튼이 불을 뿜었다.

풀드와 카치맨, 업튼의 wOBA를 겹친 그래프.

 

만약 업튼과 풀드가 같은 달에, 또는 같은 날에 좋은 타격을 보여주었더라면 레이스는 마지막에 9경기가 아닌[각주:4], 10경기나 11경기차로 뒤지고 있을 수도 있었다.
만약 카치맨이 8월이 아닌 7월부터 페이스가 떨어졌더라면 아마 두 팀의 경기 차는 12나 13까지 벌어졌을 수도 있다.

물론, 이 팀은 벤 조브리스트나, 에반 롱고리아, 제임스 쉴즈, 데이빗 프라이스와 같은 훌륭한 선수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또한 단지 그들의 선전을 떠나, 보스턴 레드 삭스의 말도 안 되는 부진에도 많은 힘을 얻었다.
그러나 그들은 지난 밤 99%가 넘는 확실한 패배를 자신들의 힘으로, 100%의 플레이오프 행 티켓으로 바꿔놓는 기적을 만들었다.

엘리엇 존슨이나 존 재소 같은 다소 이상한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승리를 따냈다는 것은, 레이스가 자신들의 운을 현실로 바꿔놓을 만큼의 재량은 갖추고 있었다는 뜻이겠다.
지난 경기에서, 커리어 .284의 wOBA를 기록하던 그 유틸리티 맨[각주:5]은 올 시즌 1.53의 FIP를 기록하던 엘리트 마무리[각주:6]로부터 안타를 뽑아냈다.
동시에 안디노 역시 거의 1% 확률의 안타를 성공시켰는데, 이로서 레이스는 단지 그들이 가진 실력을 뛰어넘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예상과 ‘고수’들의 사색 모두를 박살내버렸다.

다음에 서술된 내용은 수학적으로 엄밀히 보면 옳지는 않다.
왜냐하면 어제 벌어진 사건들은 하나가 다른 하나에 영향을 주는 사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냥 재미 삼아서 계산을 해보자.

9월 3일, 레드 삭스가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할 확률은 0.3퍼센트였다.
레이스는 7:0으로 뒤지고 2이닝을 남겨둔 상황에서 0.3퍼센트의 승리 확률이 있었다.
레드 삭스는 오리올스에 승리를 위한 마지막 스트라이크를 남겨둔 상황에서 2퍼센트의 패배 확률이 있었다.
레이스는 댄 존슨이 마지막 스트라이크만을 남겨둔 9회 말, 2퍼센트의 승리 확률이 있었다.

이 모든 확률을 곱하면 약 2억7천8백만분의 1이라는 확률이 나온다.

그래프를 제외한 두 사진은 내가 맘대로 삽입한 것.


  1. 경기가 자정을 넘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문으로]
  2. Performance-enhancing drugs의 약자 [본문으로]
  3. 팀을 자주 바꾸어 옮겨 다니는 선수를 가리키는 말. [본문으로]
  4. 이는 9월 초에 레드 삭스와 레이스의 경기 차를 의미한다. [본문으로]
  5. 존 재소를 의미함. [본문으로]
  6. 루이스 아얄라를 의미함.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