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의 포수 난문제

| 2011. 10. 15. 21:06

역시 오프시즌의 백미는 종잡을 수 없는 시국에 대한 날카롭고도 의미없는 탁상공론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야구 없으면 못 사는 사람들의 흥미진진한 오프시즌 분석이 시작되었다.

원문 : http://www.draysbay.com/2011/10/14/2487878/the-rays-catcher-conundrum


괜히 빙빙 돌려서 말하지 않겠다.
이번 시즌, 내야의 딱 두 자리는 타격 면에 있어서 정말 혐오스러움 그 자체였다.
첫 자리는 이미 여러 번 다룬 바 있는 유격수 자리고, 두 번째는 포수 자리다.
나는 이미 독자들이 내가 무슨 두 자리를 이야기하고 있었는지 알아차렸으리라고 믿는다.

올 시즌 레이스의 포수들은 타석에만 들어서면 거의 자동 아웃을 보장했는데, 그 광경을 지켜보는 팬들에겐 두 가지 선택권이 있었다.
채널을 돌리거나, 우리의 모든 숨겨진 힘을 사용해 토가 나오려는 것을 참는 것.
맞다.
그들은 그 정도로 심했다.

대체선수 수준보다도 더 낮은 공격력을 보여 준 올 시즌 포수 자리는 말 그대로 구역질이 날 정도다.
성적을 종합하면 .194/.274/.333으로 이는 약 72 wRC+와 73 OPS+[각주:1]에 해당하는 수치.
제프 매티스드류 부테라, 카를로스 코퍼랜 같은 선수들 덕분에 다행히 레이스의 포수 공격력은 MLB 꼴찌에 머무르지는 않게 되었지만, 이런 사실은 호러물에 가까운 저 성적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더 안 좋은 이야기도 있다.
레이스 포수 전체를 고려하여 계산하면 총 +1.3 fWAR가 나오는데 이는 메이저리그에서 하위 6위에 랭크된다.
이는 공격뿐만 아니라 주루도 형편없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만약 훌륭한 수비력이 뒷받침하지 않았더라면 틀림없이 음수의 fWAR 값이 나왔을 것이다.

과연 현재 레이스가 포수 자리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문제에 답은 있는 걸까?
알량하기는 하지만 옵션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한다.
어디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지금 레이스에는 존 재소, 로빈슨 크리노스, 호세 로바톤의 내부적인 포수 옵션이 있다.
이들 중 지난 해에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준 선수는 한 명도 없는데 그나마 볼넷을 얻어내는 능력 정도는 인정해줄 수 있는 수준이다.
주루와 수비까지 합치면 모두가 평균 이하의 성적을 올렸다.
재소가 82의 wRC+로 이 셋 중에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켈리 쇼팍은 이번 오프시즌에 3.2M$ 클럽 옵션과 300K$ 바이아웃을 가지고 있다.
쇼팍의 뛰어난 수비력은 지난 해 +1.1 fWAR의 기록을 세우는데 큰 몫을 했는데 이는 얼추 5M$ 정도 연봉을 받는 선수가 올릴 만한 성적이라는 점에서 레이스는 돈을 번 셈이다.
하지만 wRC+가 72밖에 안 되는 선수에게 3.2M$라는 연봉을 주는 것은 재정적으로 별로 여유가 없는 레이스에게는 무리가 아닌가 싶다.
내 예상으로 레이스는 아마 클럽 옵션을 거부하고 옵션 조건보다 더 싼 값에 쇼팍과 계약하려고 하거나 그를 프리 에이전트로 풀어버릴 것 같다.

Cot’s에 따르면 올 시즌 프리 에이전트가 되는 포수는 다음과 같다.

로드 바라하스 LAD
헨리 블랑코 ARI
라몬 카스트로 CWS
라이언 도밋 PIT
라몬 헤르난데즈 CIN
제이슨 켄달 KC
제럴드 레어드 STL
호세 몰리나 TOR
야디어 몰리나 STL
디오너 나바로 LAD
호르헤 포사다 NYY
이반 로드리게즈 WAS
브라이언 슈나이더 PHI
켈리 쇼팍 TB
크리스 스나이더 PIT
맷 트레너 KC
제이슨 배리텍 BOS


레이스가 현재 가지고 있는 포수보다 더 질이 안 좋은 선수에게 접근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니까 뭐 켄달이네, 배리텍이네, 나바로네 하는 이름은 일단 지워버리자.
야디어 몰리나의 경우 팀이 옵션 행사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조금 보이기는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몰리나가 FA 시장에서 가장 뛰어난 포수임은 확실하므로 아마 레이스에게 그와 계약할 만한 여유가 없을 것이다.
헤르난데즈, 바라하스, 포사다 같이 이제는 더 이상 포수 자리에서 플레이 할 수 없는 선수들도 결국 사정은 마찬가지인 셈.

라이언 도밋은 꽤 흥미로운 선수지만 부상 문제가 항상 그를 따라다닌다는 점, 그리고 옵션이 거부되어 프리 에이전트가 될 경우 그에 대한 경쟁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만약 모든 점이 레이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면 꽤 좋은 일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스나이더의 경우엔 우선 파이럿츠가 그에 대한 옵션을 행사할 것이라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시장의 경쟁이 도밋보다 더 강하게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레이스가 프리 에이전트 시장에서 건질 수 있는 가장 좋은 포수는 쇼팍이거나 또는 호세 몰리나이거나 또는 맷 트레너일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저 셋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그나마 다른 투수들과 호흡을 맞춰본 적이 있고, 수비력도 탄탄하며, 최소한 좌완 상대로는 124 wRC+의 준수한 타격 능력을 가진 쇼팍을 고르리라.

트레이드를 통한 방법도 있겠지만 데빈 메소라코 같은 선수는 제임스 쉴즈를 내줘야 받아올 수 있는 선수다.
지오반니 소토도 괜찮은 선택이지만 그의 연봉이 내년에 5M$를 훌쩍 넘길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하며 또한 레이스에서 어떤 트레이드 카드를 내놔야 할지도 생각해 볼 점이다.
내셔널스는 레이스의 선발 투수와 B.J.업튼에 관심을 보였지만 그 곳의 포수 윌슨 라모스를 내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으며, 데릭 노리스는 아직 메이저에서 활약하려면 최소 1~2년은 더 필요한 것 같다.

가장 좋은 트레이드 옵션은 콜로라도의 크리스 이아네타라고 본다.
그는 2012년까지 3.55M$의 연봉으로 묶여있고, 이듬해에는 5M$의 옵션과 250K$의 바이아웃이 걸려있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3.8M$[각주:2] 정도의 손해만 보는 셈이다.
로키스는 윌린 로사리오나 조던 파체코 같은 선수를 마이너리그에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3.3 fWAR의 성적과 30%의 도루 저지율, .370의 출루율을 가진 그를 쉽게 트레이드 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이아네타 트레이드에도 실패하고, 라모스나 메소라코 같은 선수를 도둑 소리를 들을 정도의 유리한 트레이드로 팀에 데려오지 못한다면 2012년 포수 상황은 지금의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긴 힘들 것이다.
  1. 둘 다 100이라는 숫자를 리그 평균으로 맞춘 기록이라는 면에서 정말 형편없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건 수치(數値)가 아니고 수치(羞恥)다. [본문으로]
  2. 그의 다음 해 연봉 3.55M$ + 바이아웃 250K$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