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 종결자, 쉴즈

요새 야구를 제대로 보질 못하니 이런 기사에 의존해서 선수들의 근황을 파악하는 수밖에 없다.
이 글은 투수의 투구 효율성이라는, 경기를 꾸준히 보면 느껴지지만 수치 상으로는 알아내기 힘든 개념에 대해 세이버메트릭스적인 측면에서 분석을 잘 해놨다.
확실히 세이버메트릭스라는 학문은 유난히 많은 공대생이 야구를 좋아하게끔 하는 하나의 요소다.

원문 : http://www.draysbay.com/2011/9/6/2407893/shields-is-a-model-of-efficiency

어제^[각주:1] 제임스 쉴즈는 그의 시즌 11번째 완투를 하면서 1998년 이후(당시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스캇 에릭슨 이후 최초) 처음으로 한 시즌 11개의 완투를 달성한 투수가 되었다.
그 11번째 완투 경기로 제임스 쉴즈의 올 시즌 기록은 14승 10패 방어율 2.77이 되었다.
그가 이번 시즌 15번째로 타격 지원을 못 받은 투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쉴즈는 지금보다 더 많은 승을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레이스의 타자들은 이번 시즌 제임스 쉴즈의 선발 때 평균 3.6점을 올렸다.)
15승 4패를 기록 중이지만 쉴즈보다 1점 이상 방어율이 높은 이반 노바를 보라.
이반 노바는 이번 시즌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타격 지원을 받는 투수인데, 양키스의 파괴력 넘치는 타격진은 그의 선발 등판 때마다 평균 6.9점을 지원해 왔다.

쉴즈가 할 수 있었던 일은 단지 그가 공을 던질 때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었다.
타격진이 올리는 점수보다 최소한 단지 1점만이라도 덜 상대에게 내주길 스스로에게 바라면서, 그저 타자들의 활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효율적으로 그의 역할을 수행하느냐에 관한 것인데, 바로 그 점이 쉴즈가 이번 시즌 그 어떤 투수보다 잘해내고 있는 부분이며 오늘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시즌에 이미 200이닝 이상 투구한 투수는 리그 전체를 따졌을 때, 총 10명 ㅡ 제임스 쉴즈, 저스틴 벌랜더, C.C.사바시아, 펠릭스 에르난데스, 댄 하렌, 제러드 위버, 클레이튼 커쇼, 클리프 리, 어빈 산타나, 로이 할러데이 ㅡ 이다.
10명의 선수 모두가 자신의 팀을 위해 충분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고, 쉴즈와 커쇼를 제외한 8명의 선수는 자신의 팀이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 10명의 투수를 경기 당 투구수로 정렬하면 쉴즈는 산타나, 커쇼, 리에 이어 4위에 오른다.

투수	경기 당 투구수
벌랜더	116
사바시아	108
쉴즈	107
에르난데스	112
하렌	111
위버	114
커쇼	106
리	106
산타나	105
할러데이	109

경기 당 투구수로는 4위에 올라있는 쉴즈는 전체 투구 이닝(218이닝)으로는 이 선수들 중에 3위에 랭크된다.
이는 2위인 사바시아아보다 단지 1/3이닝, 1위인 벌랜더보다 5이닝 뒤진 기록이다.

투수의 투구 부담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가장 흔히 발생하는 실수는 단순히 총 투구 이닝을 비교하는 것에서 발생한다.
기록에 따르면, 벌랜더와 사바시아, 쉴즈는 총 투구 이닝이 단지 5이닝 차이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투구 부담을 지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저 10명의 투수들을 총 투구 이닝으로 정렬하면 1위 벌랜더부터 10위 할러데이까지 겨우 20.2이닝 차이가 날 뿐인데 이는 한 시즌 전체의 관점에서보면 사소한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몇 시즌간 레이스를 응원한 팬들이라면 모든 이닝이 같은 투구 부담을 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고, 이는 지난 시리즈에서 제레미 헬릭슨과 제레미 거드리가 맞붙은 게임을 통해 다시 한 번 증명되었다.

헬릭슨은 오리올스를 상대로 4피안타 완투를 하면서 단지 97개의 공을 던진 반면, 제레미 거드리는 5이닝 동안 112개의 공을 던졌다.
이번 시즌 164.1 이닝을 투구한 제레미 헬릭슨의 투구 효율성과 투구 부담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그는 그의 전임자 맷 가자보다 거의 200개 적게 공을 던졌다.(가자는 이번 시즌 166이닝에서 2,721개의 공을 던졌는데 헬릭슨은 2,550개의 공을 던졌다.)
이 차이는 거의 2번의 선발 등판에 해당되는 차이^[각주:2]이다.
존 레스터는 이번 시즌 헬릭슨보다 고작 2/3 이닝 더 투구하고 헬릭슨보다 176개의 공을 더 던졌지만, 헬릭슨이 두 번의 완투가 있는 반면 그의 한 번밖에 완투를 성공하지 못했다.

다시 쉴즈와 벌랜더, 사바시아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단순 기록에 따르면 비슷해 보이는 그들의 투구 부담은 그들의 총 투구수를 보면 조금 차이가 생긴다.
쉴즈는 현재까지 3,107개의 공을 던졌고, 사바시아는 3,238개의 공을, 벌랜더는 리그 1위의 3,486개의 공을 던졌다.
한 선발 등판에 평균적으로 110개의 공을 던진다고 치면, 쉴즈는 올 시즌 사바시아보다 1.2경기를, 벌랜더보다 3.4경기를 덜 등판한 셈이 된다.
쉴즈보다 8.2이닝 덜 던진 펠릭스 에르난데스는 쉴즈보다 130개 더 많은 공을 던졌다.
데이빗 프라이스 역시 쉴즈보다 20.1이닝을 덜 던졌지만, 85개 더 많은 공을 던졌다.

제임스 쉴즈가 이번 시즌 보여주고 있는 투구 효율성과 투구 부담은 단순한 의미에서의 '좋은 성적' 그 이상의 것이다.
Baseball-Reference의 Play Index를 참고하여, 우리는 한 시즌에 최소 218이닝을 던졌으면서 쉴즈가 이번 시즌 기록 중인 3,107개의 공보다 적게 던진 것이 7회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래는 그 선수들의 목록이다.

투수	총 투구 이닝	총 투구수	연도
그레그 매덕스	233.0	2980	2001
오달리스 페레즈	222.1	3021	2002
그레그 매덕스	225.0	3099	2005
로이 할러데이	220.0	3041	2006
데릭 로우	219.2	3078	2002
그레그 매덕스	218.1	2935	2003
왕친밍	218.0	3055	2006

아마 우리가 투구 효율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선수는 그레그 매덕스고, 그 뒤를 잇는 것은 아마 할러데이일 것이다.
쉴즈와 다른 7명 선수들의 가장 큰 차이는 쉴즈가 이번 시즌 보여주는 타자들에 대한 지배력이다.
삼진을 잡는 데에는 최소한 세 번의 투구가 필요하다.
이는 싱커볼러였던 로우나 왕 같은 선수들이 단 한 번의 투구로 아웃 카운트를 올리는 것과 할러데이와 매덕스의 공이 가진 선천적 움직임이 배트와 컨택트된 공을 손쉽게 수비수에게 향하게끔 한다는 것을 고려하자.
하지만 쉴즈는 이번 시즌 놀라운 주기로 타자들로부터 삼진을 잡아내고 있다.

2009년, 쉴즈는 219.2이닝 동안 167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올 시즌 전에 그의 커리어 하이 삼진은 187개인데 이는 상당히 저조한 활약을 보였던 2010년 203.1이닝의 투구 동안 올린 기록이다.
이번 시즌 쉴즈는 벌써 205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이는 위에 언급된 선수들의 삼진 기록 중 2위의 기록 ㅡ 매덕스가 233이닝 동안 173 삼진을 올린 것 ㅡ 보다 32개나 많은 숫자다.

이번 시즌 아메리칸리그를 싹쓸이하며 21승 5패의 성적을 올린 저스틴 벌랜더가 가장 유력한 아메리칸리그 싸이 영 후보라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사바시아 역시 싸이 영을 수상할 자격이 있기는 하지만, 그가 리그 전체 13번째로 좋은 타격 지원을 받았다는 점이 썩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렌과 위버, 그리고 심지어 저스틴 마스터슨 역시 싸이 영 후보로 언급될 훌륭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슬픈 사실은, 부실한 타격 지원이 초래한 후줄그레한 승패 성적 때문에 제임스 쉴즈가 아메리칸리그 싸이 영 최종 후보 5명의 목록에조차 들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더더욱 슬픈 사실은 모든 사람들이 단순히 그의 완투 기록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 페이스대로라면, 쉴즈는 2000년 이후로 최소 215이닝동안 9이닝 당 삼진 기록이 8.5개 이상이고 볼넷 기록은 2.5개 이하로 유지하며 그것을 3400개 미만의 투구로 이룬 6번째 선수가 된다.
그런 기록을 이룬 나머지 선수들은 사바시아, 하비에르 바즈케즈, 하렌 그리고 요한 산타나와 페드로 마르티네즈(는 2번이나 저 기록을 달성했다.)다.
이 중 그 어떤 투수도 싸이 영 후보 자체를 놓친 적도 없고, 투표에서 꼴찌를 한 적도 없다.

1. 2011년 9월 5일. [본문으로]
2. 대개 선발 투수들은 한 번 선발 등판에서 100개 근처의 공을 던진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