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괄식으로 짧은 총평을 내리자면, 살짝 아쉽게도 어설프게 되어 버린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의심할 여지 없이 홍콩판 <세븐>이라는 이름표를 붙일 수 있지만 당연히 <세븐>만한 흡입력은 없다.
제목에 "탐정"이라는 단어를 넣으면서 노골적으로 스스로를 범죄 스릴러 영화로 치부하는 <C+탐정>은 영화의 핵심이 되는 범죄와 탐정 이야기에 너무 많은 공을 썼기 때문일까, 메인 스토리 라인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선 어설픈 부분이 한 두 번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 점이 <C+탐정>을 "살짝 아쉽게도 어설프게" 만들어 버린 근본적인 이유.
편집의 관점에서 놓고 보자면 의미 없는 가정이 되겠지만, 까놓고 얘기해서 <C+탐정>에서 부수적인 이야기들, 제반이 되는 이야기들을 모두 빼버린다면 꽤나 훌륭한 스릴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보면서 절로 감탄이 나오는 A+의 로케이션과 긴장감 고조에 톡톡히 한 몫하고 있는 A0의 카메라 톤 ㅡ 홍콩 감독들의 색감은 언제 어느 영화를 보더라도 빠진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것 같다 ㅡ 나름 치밀하게 짜여져 있는 범죄 시나리오와 최소한 중후반부까지는 실패할 리 없는 <세븐>식 진행까지, 스릴러가 갖춰야 할 필수 요소는 전부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곽부성의 연기와 스타일링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네 학교 성적이 그러듯, 전공에서 아무리 A학점을 받아봤자 교양 과목이 C와 D 일색이라면 평점이 좋을 리가 없다.
영화의 작은 이야기들은 아주 랜덤하게 시작되어 아주 랜덤한 곳에서 끝이 난다.
랜덤하게 시작되어 랜덤하게 끝나는 이야기가 랜덤하게 배열이 되니 개연성도 산으로 가고 이야기의 집약도도 산으로 가게 마련이다.
범죄 스릴러 영화에서 작지만 아주 핵심적이라고 할 수 있는 단서를 주는 방식들도 어설픈 모습을 종종 보인다.
훌륭한 내러티브를 갖춘 영화라면 주인공의 추리를 독백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여기에 적당한 클리셰까지 가미가 되니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지는 것이다.
으악, 칠판이 등장하다니! 근데 한자만 잔뜩 써 있으니까 탐정의 메모라기보다는 그냥 한문 수업 시간 필기인 것 같다. http://www.mchannel.co.kr/content/c_view.mch?id=497
세세한 부분에까지 신경을 다 쓰지 못했다는 것은 영화 초반에서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자동차 추격 장면에서도 여지 없이 드러난다.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없었고, 조잡함과 티 나는 편집만 가득한 장면이었다.
여기까지라면 대충 B+ 정도의 평점을 찍었을 영화는, 결말의 파이널 블로우를 맞고는 바로 C+급 영화로 전락한다.
결말에 대해 스포일을 하는 것이 오히려 관객의 마음을 스포일 하지 않는 방법이라고까지 생각되는 엄청난 결말이었다.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해 버리고 싶지만 나만 당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내용을 살짝 피해가는 이야기만 하자면, 그 말도 안 되는 결론으로 인해 <C+탐정>은 애초에 범죄 스릴러라는 이름을 붙일 수가 없는 영화다.
과연 영화 속 곽부성은 탐정을 계속 직업으로 갖는 것이 맞는 걸까.
나라면 재능도 별로 없는 것 같은 탐정 그만 두고 점집이라도 하나 차릴 생각을 하겠다.
나름 진지하게 영화를 보고 있던 관객 모두를 우롱하는 결말이 아닐 수 없다.
실컷 욕만 한 것 같은데 맨 위에서 말한 "살짝 아쉽게도 어설프게 되어 버린 영화"가 무슨 말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좋은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야구 경기에 비유하자면, 적당히 팽팽하게 진행되다가 아주 사소한 몇 가지 실책 때문에 단숨에 무너져버리는 경기 같은 느낌이다.
단점들은 사소했지만 그것들이 몰고 온 나비 효과는 엄청난 것이라는 말이다.
아쉽게도 어설픈 그 결론은 결국 C+급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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