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dplay Mylo Xyloto Tour In Philadelphia

| 2012. 7. 17. 06:47

여행기와 공연 감상 후기는 어떻게든 분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면 지루할 테니 어디까지를 여행기로, 나머지를 공연 후기로 넣어야 할지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이러다가는 또 시간에 쫓긴 포스팅을 하게 될 것 같아 별 이유 없이 일찍 일어난 어느 날 아침에 키보드를 잡았다.
공연을 본 지 거진 일주일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최대한 당시의 감상에 충실하게 쓰려고 노력해 보겠다.

여태까지의 공연 후기들이 항상 그래왔지만 본격적인 감상에 앞서 무대의 주인공과 나의 관계에 대한 짧은 설명을 해야겠다.
콜드플레이를 처음 알게 된 것은 <X&Y> 앨범이 발매되었던 2005년.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신촌 신나라 레코드에서 발매 당시 정말 거대한 현수막을 걸어 두고 ㅡ 심지어 이 현수막은 앨범 커버도 아닌, 콜드플레이 멤버들의 사진이었다. 크리스 마틴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나왔던. ㅡ 대대적인 광고를 했었는데, 고등학교에서 집을 가려면 신촌 명물거리 앞을 꼭 지나쳐야 하는 내가 그 광고를 보지 않기란 매우 힘든 일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들어본 콜드플레이의 음악은 당시 내가 신봉하고 있었던 익스트림 메탈,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관점에서 봤을 때 매우 약해빠지고 기집애들이나 좋아할 것 같은 장르였기에 몇 번 듣다가는 치워버렸던 것 같다.
대학교 2학년, 내 음악사에서 브릿팝의 재발견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그 여름에 콜드플레이는 정규 4집 앨범인 <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를 냈고, 폭발적이었던 반응에 한 번 내려놓았던 이들의 음악을 다시 듣기 시작했다.
결과는 당연히 만족스러웠고 나는 이 시기에 콜드플레이를 집중적으로 들었다.
개인적인 취향에 가장 맞았던 것은 1집 <Parachutes>이었지만 사실 어느 앨범 하나를 딱 집어 가장 좋다고 말하기 힘들 만큼 다른 앨범들의 완성도도 높았다.
추세대로라면 작년에 발매된 <Mylo Xyloto>도 잽싸게 찾아 듣는 것이 옳은 행동이었겠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다지 막 듣고 싶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각주:1]
딱 이 정도가 필라델피아에 콜드플레이가 들른다는 소식을 듣기 전의 나와 콜드플레이의 사이였다.

콜드플레이의 공연이 있다는 것을 안 뒤부터 신보를 열심히 들었다.
주변에서 같이 갈 사람들을 소극적으로 찾아봤지만 마땅히 갈 만한 사람을 찾을 수 없었고 ㅡ 공연이 다 끝나고 나서야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더랬다 ㅡ 이것이 이유가 되어 티켓 예매 시기가 늦어졌다.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하루 지난 7월 5일 목요일 저녁에서야 다음 날로 예정되어 있던 공연 표를 샀다.
정가의 거의 두 배에 가까운 돈을 지불했지만 무대가 잘 보이는 자리이긴 커녕, 무대 뒤의 자리를 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좌절스럽긴 했으나 가끔 한국에서 보는 내한 공연의 퀄리티를 생각한 내게 자리가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정말 아티스트와 가까운 자리에서 공연을 보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 생각보다 부질없음을 깨달았던[각주:2] 내겐 내가 어느 자리에서 어떤 각도로 그들을 바라보든 거대한 관점에서 저들과 함께, 같은 공기를 호흡하며 그들이 빚어내는 분위기에 흠뻑 동화되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자리가 무대 뒤라는 것과 같이 가는 일행이 없다는 것은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우천 취소가 되었던 레이스의 경기를 보러 가기 전날 밤의 느낌까지는 아니었지만 <Mylo Xyloto> 앨범을 들으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은 채 공연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 날의 공연은 내 인생의 한 장면으로 기억될 수도 있을 만큼 환상적이었다.

첫 오프닝 밴드 울프 갱(Wolf Gang)의 무대.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의 첫 오프닝 밴드의 무대를 보며 콜드플레이의 음악적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의 음악이 콜드플레이의 중후반기 앨범의 분위기와 매우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상당히 개성이 강해보였던 친구들이라 본인들이 인정할지 여부는 미지수이지만 말이다.
콜드플레이가 라디오헤드의 씨앗과 트래비스라는 양분으로 성장한 밴드라고 생각한 것이 불과 몇 년 전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 새 괄목할 만한 나무로 성장해 자신의 영향을 받은 밴드들을 잉태시키고 있다는 것은 한편으론 흐뭇하면서도 왠지 모를 격세지감이 드는 사실이었다.
과연 콜드플레이 이후의 음악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궁금해진 대목이기도 하면서 말이다.

울프 갱의 공연이 끝나고 콜드플레이의 등장을 기대했지만, 아예 공연장의 불이 다 켜지고 스태프들이 무대 정리를 다시 하기 시작했다.
은근히 긴장감이 떨어지는 부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으나 그 느낌이 전부 떨어지기 전에 본 공연이 시작되었다.
드디어 콜드플레이를 볼 수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오프닝 밴드가 두 팀이라는 함정에 빠지고 만 것에 불과했다.

사진은 공연의 시작이 아닌 끝에 찍은 것.

어디선가 이름을 들어봤던 것 같은 로빈의 무대는 사뭇 파격적이었다.
크라프트베르크식의 미니멀한 신스 팝을 구사하는 로빈은, 공연 중간 중간에 틈만 나면 도저히 뭐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아방가르드한 댄스를 선보였는데, 그것에 환호하는 다른 관객들과는 달리 내 손과 발은 자꾸만 오그라드는 것을 참기 힘들었다.
하지만 어느 새 몸을 들썩이는 내 모습을 보며 과연 콜드플레이 투어의 오프닝으로 설 자격이 있는 아티스트라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부분에 불렀던 'Every teardrop is a waterfall'은 오프닝 밴드로서 본 공연 팀에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오마쥬였다.

오프닝 밴드이긴 했지만 각각 거의 7~8곡 정도를 공연에 올렸기 때문에 로빈의 공연이 끝났을 때는 8시 40분 무렵이었다.
원래 발표된 공연 시작 시각이 7시였던 것을 감안하면 웬만한 공연 하나를 제대로 봤을 정도의 시간이었다.
벌써부터 몸이 피로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콜드플레이가 나오기 전에 축 처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을 위해 틀어주는 음악 ㅡ 이를 특별히 부르는 단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ㅡ 으로 갑자기 제이 지의 '99 problems'가 흘러나왔다.
상당히 신박한 선곡이었음에도 워낙에 신나는 노래고 미국인들에겐 굉장히 익숙한 곡이라 사람들의 분위기가 일시에 고조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제이지의 노래가 끝나고 정성스럽게 마련한 무대 장식을 바라보고 있는데 공연장의 불이 일시에 꺼졌다.
그와 동시에 나를 포함한 관객들의 환호가 터져나왔고, 어두운 무대에 사람들이 하나 둘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드디어 콜드플레이의 공연이 시작된 것이다.

'Hurts like heaven'의 한 장면이었을 것이다.

난잡하게 적어 놓은 메모를 어떤 식으로 정리할지 감이 오지 않아 지난 번 레니 크라비츠 내한 공연 후기의 형식을 빌려, 다소 딱딱하지만 분야 별로 정리하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1. 핑크 플로이드도 넘어버릴 기세였던 무대 연출

안다.
이런 식으로 어그로를 끌면 ㅡ 어차피 내 블로그 자체가 세간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일어날 일은 아니지만 ㅡ 수많은 핑크 플로이드의 팬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득달 같이 달려들 것을.
'네가 무슨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을 알겠느냐!' 위주로 이루어진 논리로 무장한 사람들이 불가침 영역으로 공공연하게 알려진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을 변호하는 상황은, 그냥 딱 상상해봐도 대충 어떤 상황일지 눈에 뻔히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말하려는 것은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도, 거기에 담긴 그들만의 탄탄한 철학도, "불가침"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경력도 아닌, 단순한 라이브 공연의 무대 연출에 관한 것이다.

여태까지 적지 않은 내한 공연을 라이브로 봤고, 또 적지 않은 유명 공연들을 DVD로 감상했던 내게 있어 이번 콜드플레이의 공연은 , 빛의 활용이라는 면에서, 매우 획기적이고 혁신적으로 느껴졌더랬다.
위 사진에 보이는 수많은 빛은 공연장 입구에서 나눠준 팔찌들의 빛이다.
무대 뒤편으로 마련된 동그란 스크린에서 내내 공연의 일부이니 계속 착용하고 있어달라는 메시지가 나와서, 무슨 경품 추천이라도 하는 모양이다 하고 생각했던 내 뒤통수를 한 대 빵 날려준 아이디어였다.

바로 이런 식으로 말이다.

정해진 시간에 일제히 빛나는 팔찌를 두고 몇몇 사람들은 여전히 핑크 플로이드를 옹호하며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따른 불가피한 열세를 토로할 수도 있겠으나, 역사를 따짐에 있어 가정(假定)이 굉장히 무의미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내게 그와 같은 논쟁은 마찬가지로 무의미한 일이다.
저 많은 불빛이 약 0.5초의 주기로 깜빡이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자면 그 어떤 밴드가 이런 연출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마련이다.

어디 그뿐인가.
동그란 화면에 프로젝터를 쏘는 방식으로 마련한 스크린은, 각종 방식으로 필터링된 공연 실황 위에 오묘한 느낌을 주는 형이상학적 무늬를 얹은 화면을 끊임없이 내보냈다.

저 무늬들은 이상한 모양들로 변하면서도, 난잡하지만 질서정연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도저히 말과 스틸 컷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레이저의 움직임도 아주 볼 만한 광경이었다.

원래는 각종 자막이 흘러가는 웰스 파고 센터의 내부 LCD을 활용, 레이저가 LCD를 좌에서 우로 쓰윽 훑고 지나가면 자취가 남는 식의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디.

콜드플레이의 공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또 컨페티(confetti)다.
각종 조명 효과들만 보고만 있어도 긍정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데, 이 총천연색의 색감을 한층 더 강조하는 컨페티를 사정없이 뿌려대니 관객으로선 무차별적인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억이 맞다면 이 날 컨페티는 딱 한 번, 'In my place'가 흘러나올 때, 터져나왔다.

탱탱볼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공들도 튀어나왔다.
역시나 외부 디자인을 같은 컨셉으로 가져갔는데, 꼭 롯데월드의 '혜성 특급' 실내 장식을 훔쳐온 느낌이었다.
크리스 마틴은 온 무대를 뛰어다니면서 탱탱볼을 걷어차고 다녔다.

조금 막말을 하자면, 청각장애인이 가서 보더라도 훌륭했을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태어나서 본 그 어떤 광경보다 집약적인 미(美)의 원료였고, 다채로운 색의 향연이었으며, 긍정적인 에너지의 집대성이었다.

팅~팅팅팅, 탱~탱탱탱, 팅팅, 탱탱.

2. 콜드플레이의 음악은 뭐다? 두말할 것 없이 락(rock)이다!

콜드플레이의 공연은 어떤 광경일까 ㅡ 무대 연출의 면을 제외한 관객들의 측면만 고려했을 때 ㅡ 궁금해하던 내 머리 속에 떠오르는 모습은 차분하게 앉아 있는 대다수의 관객과 스탠딩 석에서 날뛰는 몇몇 사람들, 뭐 대충 이런 느낌이었다.
실제로 그들의 공연이 시작했을 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내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딱 하나, 나의 예상에서 전혀 빗나간 것이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나의 반응이었는데, 시종일관 무기력하게 앉아 악기 하나 하나의 소리나 세심한 무대 연출 같은 것만 듣고 보고 할 줄 알았던 내가 거의 자리에 앉지도 못한 채 바운싱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밴드의 라이브에 갔을 때 스튜디오 버전과 가장 확연하게 차이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비트, 즉 드럼 플레이라고 얘기하는 내게, 콜드플레이의 박자는 락 드러밍의 그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발랄한 박자를 가져가는 트렌트를 봤을 때, 'Hurts like heaven'이나 'Every teardrop is a waterfall', 전 앨범의 'Viva la vida', 'Lovers in Japan' 따위의 트랙이 신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전혀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트랙들, 예를 들면 신보의 'Major minus'나 'Princess of China' 같은 애매한 분위기의 트랙이나 예전 앨범들의 'Clocks', 'Violet hill' 같은 트랙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의 양은 스튜디오 버젼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다보니 누가 들어도 락이라고 부를 수 있는 'Yellow'는 약간 헤비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빡센 음악이 되어 돌아왔다.

무대 연출과 적절하게 조화된 이런 음악들에 대다수의 관객들이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신기했다.
무대에서 최고의 공연을 선사하고 있는 콜드플레이들에 비해 너무 시큰둥한 반응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만약 서양의 공연 문화라는 것이 원래 이런 것이라면 ㅡ 하지만 자미로콰이의 전설적인 베로나 라이브나 메탈리카의 모스크바 라이브 같은 것을 보면 또 유럽권에서는 분위기가 다를 가능성도 다분하다 ㅡ 왜 내한을 오는 가수들이 립 서비스로나마 한국의 관객들을 두고 최고의 관객이라고 평하는지 이해가 갈 법도 하다.

클래식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는 'The scientist'는 명불허전으로 좋았고, 'Princess of China' 또한 상당히 감각적으로 잘 살렸다고 평할 수 있다.
앵콜 무대 마지막에서 두 번째 곡으로 나왔던 'Fix you' 역시 훈훈.

한 번도 긴 휴식을 갖지 않고 ㅡ 정말 마음에 들었던 것이 앵콜 무대를 앞두고 괜히 시간 질질 끌지 않고 잽싸게 재등장했던 것이다 ㅡ 타이트하게 진행된 공연이었고, 떼창 포인트들이 은근히 이곳 저곳에 숨겨져 있었기에 몰입도가 매우 높았다.
시계를 자주 보는 습관이 있는 내가 처음으로 시간이 궁금해서 시계를 들여다 봤을 때가 밤 10시, 공연 시작으로부터 약 1시간 가량이나 흘러 있던 때였다.

3. 한국도 어서 무대 뒤 좌석을 마련해야 할 때

이런 저런 불안감을 동반했던 무대 뒤 좌석은 결국 내 예상보다 훨씬 좋은 자리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물론 소리가 깨알 같이 잘 잡히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거대한 스크린이 무대 뒤의 앉은 사람들에게도 무대 앞의 감동을 거의 생생하게 전달했으며, 소리 또한 공연의 질을 떨어뜨릴 정도로 나쁜 것도 아니었다.
무대 뒤에서 무대 앞으로 펼쳐진 관중들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 역시 신선함의 면에서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했는데, 은근히 무대 위에 올라간 아티스트의 기분이 무엇인지 공감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어렴풋한 생각이 드는 시야였기 때문이다.

모든 무대 매너가 무대 앞으로 쏠릴 것이라는 걱정 역시 버려도 좋다.
세심한 무대 연출가가 무대 뒷편으로도 공간을 마련해 이따금씩 멤버들이 그 곳으로 돌아다니게끔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무대 뒤에 관객을 앉히려면 그만큼 추가적인 장비가 필요하겠지만 반대로 그 정도의 장비만 마련할 수 있다면 그만큼 더 많은 관객들을 불러올 수 있다.
비싼 돈을 주고 공연을 질(quality)로 감상하기 보다는 더 적은 지출로 팩트(fact)로서의 공연을 감상하기 원하는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국내 도입이 시급한 시스템이다.

줌 따위는 전혀 당기지 않고 찍은 크리스 마틴 사진.

원래 공연 후기를 쓰는 것과는 다르게 사진을 이것 저것 넣다 보니 글이 난잡해져버린 것 같다.
여행기에 올릴 만한 이야기와 공연 후기로 올릴 만한 이야기를 구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메모에 적힌 내용과 내 머리에 남아 있는 기억들을 종합했을 때 이 정도면 일단 공연 후기로서는 어느 정도 완성된 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살면서 앞으로 아무리 좋은 공연들을 보더라도 과연 이 날의 기억을 쉽게 잊을 수 있을까.
밴드 공연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패러다임을 극적으로 전환시킨 공연이었고, 콜드플레이에 대한 나의 인상 ㅡ 그것이 음악에 관한 것이든 무대에 관한 것이든 기네스 팰트로를 품절시킨 크리스 마틴 개객끼에 관한 것이든 ㅡ 을 여러 모로 재정립시킨 공연이었다.
끝.

  1. 정말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제이슨 므라즈의 신보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본문으로]
  2. 사족으로, 이런 생각의 계기가 된 공연은 2007년 뮤즈의 내한 공연과 2008년 자미로콰이의 내한이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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